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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에서 영업의 신으로 이름을 날렸던 A씨. 드디어 자기 회사를 차렸다. 그럴 듯한 사무실을 얻고 직원도 몇 명 뽑았다. 그런데 직원들이 일하는 걸 보니 답답하다. 보다 못해 직접 나서서 일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몸소 보여줬다. 거래처에 전화를 하고 납품 건까지 일일이 챙겼다. 그런데 직원들의 눈빛이 왜 냉랭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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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적인 사장 B씨. 평소에 원활한 소통이 조직 관리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회의를 매일 열고 주요 사안을 논의하면 서로 정보도 빨리 공유하고 업무 효율성도 증대될 것이라 믿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듯했지만 언젠가부터 회의시간에 시큰둥해지고 침묵을 지키는 직원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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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직후 창업을 한 C씨. 기막힌 사업 아이템으로 벌써 언론에도 몇 번 소개됐다. 그런데 사람들은 사업의 장래성보다 사장 나이가 몇 살인지가 더 궁금한 모양이다. 반말을 은근슬쩍 섞어 묻지도 않은 ‘가르침’을 선사하는 나이 지긋한 경쟁 업체 대표도 있었다.
많은 신임 리더들이 아직도 개인전에 출전한 선수처럼 행동한다. 본인의 실무 능력을 직원들 앞에서 맘껏 뽐내거나 일을 혼자 끌어안고 해결하려는 것이다.
조직심리학자 마이클 우드워드는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자신의 강점에 기대려 한다고 지적하며, 신임 리더들이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본인이 직접 업무에 뛰어들어 처리해버리는 경향 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마치 지휘관이 병사들과 나란히 서서 참호를 지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리더는 실무에 강하게 개입하지 말고 전반적인 상황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한다.
훌륭한 영업사원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훌륭한 사장이 되는 것은 아니며, 유명한 요리사가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것도 아니다. 욕심이 나는 실무를 과감히 직원들에게 위임하고 리더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모든 리더는 초반에 ‘어떤 유형’의 리더가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바로 직업적 평판 구축, 즉 퍼스널 브랜딩이다. 리더로서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해 놓으면 산업 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갖추고 직원들을 관리할 때 도움이 된다. 이때 리더로서 갖추고자 하는 이미지와 특성을 신중히 생각해본 후, 그 특성에 따라 일관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퍼스널 브랜드는 리더 역할을 할 때뿐 아니라 사회활동을 하는 내내 꼬리처럼 따라오게 되므로 긍정적이면서도 명확한 이미지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퍼스널 브랜드 구축이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겸손하고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포용력이 있는 리더가 되고 싶었는데, 어느 날 직원들이 하는 얘기를 엿들으니 나보고 ‘건방진 놈’이란다. 이때 직원들을 불러서 훈계하거나 성격을 다 뜯어고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이런 특성은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것이 가장 좋고, 또는 독특한 퍼스널 브랜드로 이용할 수도 있다. 정치, 금융, 패션 등 특정 분야의 리더들의 경우 건방지거나 자기중심적인 퍼스널 브랜드를 갖는 게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많은 리더들이 사람을 어떻게 움직여 성과를 내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워 한다. 그중 가장 쉽게 생각해내는 방법이 바로 상여금 등의 금전적 보상. 그러나 저자는 지금 시대에는 이것이 그리 효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얼마 전 월가 직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젊은 직원의 상당수가 근무시간을 줄이고 휴무일을 늘릴 수 있다면 급여나 상여금을 기꺼이 포기하겠다고 대답했다. 월가 직원들조차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시대다.
현재 젊은 세대는 업무를 ‘왜’ 수행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들은 아주 사소한 일을 맡아도 그 업무가 전체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유를 듣지 못하면 “도대체 이 지루하고 고된 일을 왜 해야 하는지” 투덜대기 일쑤다. 사실 꼭 젊은 세대가 아니더라도 의미 없는 업무를 맡고 싶은 직원은 아무도 없다. 조직의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며 개인의 노력이 이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설명하면 직원 동기부여에 큰 역할을 한다.
많은 신임 리더들이 직원에게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모르는 건 곧 자질이 부족하다는 뜻이고, 그러면 자신의 권위에 손상이 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이 지구상에 모든 문제에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리더로서 갖춰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이다. 진정한 문제 해결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모른다고 해서 손 놓고 있으라는 소리가 아니다. 조금 기다려 보라고 말한 다음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서 판단을 내린 후 지시해도 된다. 혹은 회사 내부에 그 사안에 대해 잘 아는 직원이 있으면 그에게 바로 문제를 넘길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조금 걸리거나 예상 외로 많은 인원이 관여하게 되어도, 결과가 좋다면 리더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는 많은 신임 리더들이 직원들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인기 있는 리더가 되면 좋겠지만, 조직을 이끌다보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성과를 내기 위한 최선의 방책을 실행하고 모든 구성원을 공정하게 대했다면, 직원들의 기분을 지나치게 맞추거나 의견을 일일이 수렴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회사는 사교클럽이 아니며, 목표와 성과를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직원들이 ‘착한 리더’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경우 직원을 살갑게 대하는 것보다 리더로서 성과를 내는 게 마음을 얻는 데 더 효과적이다. 인사관리컨설팅사 크로노스 부설 인적자원연구소가 2013년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적이 좋지만 가혹한 상사와 사람은 좋지만 실적이 미흡한 상사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평사원 75%가 전자를 골랐다. 따라서 좋은 리더는 ‘성격 좋은’ 리더가 아니라 성과를 내는 리더인 것이다.
많은 리더들이 두려움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권위적으로 행동한다. 자신의 부족한 점이 드러날까 봐 과도하게 권위적으로 행세해 존경을 받으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저자는 권위나 존경은 전문성과 성과에 따라오는 것이지 무턱대고 ‘사장 행세’를 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장으로서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언들을 담은 것이 바로 이 책 『난생처음 사장』이다.
린지 폴락 지음 / 한유선 옮김 / 부키 /304쪽/ 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