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식 사진작가는 조선시대 18세기, 19세기의 책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21세기 책가도를 표현하고 있다. 책가도는 조선후기 유행했던 회화양식이다. 정조시대에 화원들로 하여금 책가도를 제작했다. 책가도는 책거리그림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책장의 형태를 가진 것을 책가도, 책장형태가 아닌 것을 책거리그림이라고 부른다. 임수식 사진직가는 서재 사진을 찍고 한지로 프린트하여 조각보를 손바느질로 꿰매듯이 한지를 손바느질로 이어 하나의 책가도를 완성한다.
사진작품이지만 회화적인 느낌을 주는 임수식 작가의 책가도는 스페인, 독일 등 해외 콜렉터들이 극찬했다. 작가는 책장의 칸들을 각각 다른 각도에서 촬영하여 조합하는 역원근법을 보여준다. 또한 한국적인 전통성을 살리고 싶어 장지방한지와 동양한지를 선택해 책가도를 표현하고 있다. 해외전시에 임수식 작가의 책가도가 전시되면 한지를 사용한 재료에 상당히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작가는 재봉틀을 쓰지 않고 직접 손바느질로 조각보를 잇듯이 한지를 엮는다. 이번에 출간된 '책가도'는 임수식 사진작가의 10년간 책가도 작품을 탄생시킨 스토리가 담겨 있다. 문학, 예술, 인문, 공간이라는 주제로 책가도의 전통미, 서재 이야기, 책의 의미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사진은 대상을 재현합니다. 우리는 사진으로 촬영된 이미지를 사실이라 믿습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사진의 사실성에 많은 부분 의심의 눈빛을 보내지만, 사실이란 전제를 둡니다. 책가도에서 말하고 싶은 첫 번째가 사진이라는 겁니다. 책가도 작업을 포트레이트라고 이야기 하는 이유입니다.”(21쪽)
“한국적인 전통성을 살리고 싶어 프린팅 용지를 한지로 결정했습니다. 한지프린트가 대중화되기 전이라 많은 테스트를 했습니다. 인사동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한지가게에서 적당한 한지를 골라 테스트를 했습니다. 프린터 노즐이 막혀 수리센터를 집 드나들 듯 다녔습니다.
그렇게 만난 한지가 장지방한지와 동양한지입니다. 장인들이 수공으로 만드는 한지들은 그 종이만으로도 작품입니다. 책가도 작품들은 한지에 어떤 가공도 하지 않고 사용합니다. 다른 종이들보다 잉크를 많이 먹는 한지에 표면 가공을 하지 않으면 선예도는 떨어지지만 톤의 깊이가 생깁니다. 그 느낌이 좋아 반차도부터 책가도까지 한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25쪽)
“처음 세 작품을 바느질하다가 재봉틀을 쓸까도 고민했습니다. 종이라 구겨지면 안돼서
포기했습니다. 오랜 시간 바느질을 할수록 작품에 더 많은 애정이 생길 거라 생각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빠르게 외치지만, 작품만은 느리게, 그게 좋은 것 같습니다.”(27쪽)
임수식 지음/ 카모마일북스 /256쪽/ 23,000원
'책가도' 출간 기념 전시가 8월 16일부터 8월 21일까지 '갤러리 공간 291'(종로구 부암동 29-1)에서 열린다. 임수식 작가와 대화는 8월 16일 오후 6시 30분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