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금기의 벽' 깨버린 흑인여성들…힐러리도 극찬

기계체조 시몬 바일스-수영 시몬 마누엘 금메달에 美 들썩

시몬 마누엘(왼쪽)과 시몬 바일스(오른쪽) =시몬 바일스 트위터 캡처
흑인들에게 금기로 여겨졌던 종목에서 당당히 우승한 두 명의 흑인 소녀에 미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첫번째 주인공은 미국 기계체조의 샛별 시몬 바일스(19). 바일스는 이번 리우올림픽 기계체조 종목에서 개인종합과 단체전 모두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미국 흑인선수로는 처음으로 기계체조 2관왕에 올랐다.

바일스는 이미 2013년 세계선수권 흑인 최초 우승 이후 여자 체조 사상 최초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 달성을 기록하며 세계선수권에 세 번 출전해 금메달 10개를 포함해 총 14개의 메달을 휩쓸며 기계체조계의 첫 흑인 스타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더해 바일스는 첫 출전한 올림픽부터 기대 이상의 대기록을 세우며 5관왕까지 노리고 있어 차세대 기계체조 여제(女帝)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화려한 대기록 아래 바일스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바일스는 1997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외곽에서 알코올·약물 중독자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3살 때 외조부모에게 입양된 바일스는 텍사스의 외가에서 자랐고, 집 근처 체육관에서 우연히 접한 기계체조를 배우면서 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올림픽 선수"로 성장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역시 지난 11일 디트로이트 외곽의 워렌 유세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고립주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바일스를 거론했다.

힐러리는 "만약 미국 올림픽 대표팀이 트럼프처럼 두려워했다면 마이클 펠프스와 시몬 바일스는 두려움에 떨며 옷장에 웅크리고 앉은 채 밖에 나와 경쟁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들은 나와서 금메달을 땄다. 미국은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극찬했다.

흑인들에게 금역으로 여겨졌던 종목에 도전한 또다른 선수는 시몬 마누엘(20)로, 수영 여자 자유형 1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미국 흑인 여성 수영 선수로는 첫번째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경기 직후 마누엘은 "'흑인 수영선수'가 아니라 그냥 '수영선수'라고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날이 언젠가 왔으면 한다"며 "나는 다른 모든 이들과 똑같이 열심히 훈련하고 있고, 이 스포츠를 사랑하며 승리하고 싶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수영이나 기계체조는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인 흑인들로서는 체육관 등 관련 인프라에 접근하기 어려운 종목으로 여겨졌다.

특히 수영의 경우 짐크로법(1876년부터 1965년까지 존재한 미국의 법으로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법)이 수영장에 적용돼 백인 전용 시설로 분류되고는 했다.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이 발전하면서 수영장에 흑인들이 입장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흑인과 같은 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마누엘의 금메달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인종적 장벽과 차별·편견이 존재하는 미국에서 '희망'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에서 수영을 못하는 인구의 비율을 따져보면 백인의 경우 40%에 불과하지만, 흑인은 70%에 이른다는 '불편한 진실'도 재조명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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