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검열이 연극계 판을 분열시키고 있다”
② “비논리적인 그들의 검열 언어, 꼬집어줄 것”
③ “포르노 세상에서 검열이란”
④ “검열, 창작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⑤ “검열을 '해야 된다'는 그들…왜 그럴까”
⑥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⑦ “'불신의 힘', 검열 사태 이후 나에게 하는 살풀이”
⑧ “갈수록 검열은 교묘해지고, 그들은 뻔뻔해지네”
⑨ “그들은 우리 기억에서 '세월호'를 지우려 했다”
⑩ “국가는 '이반 검열'에 어떻게 개입했을까”
⑪ ‘대학로 삐끼’를 통해 느끼는 검열 현실
⑫ '귀 밑 3cm 두발 자유'는 정말 '자유'였을까?
⑬ 만약 '검열'이 내게 닥친 일이었다면, 내 선택은?
(계속)
지난해 연극계 화두였던 정부 기관의 예술 검열 사건 이후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흐름상 분노한 정부의 검열 행태를 비판하는 일변도의 작품을 쏟아낼 법하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는 작품을 보거나, 곧 작품을 올릴 연출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당연히) 생각도 다르고, 지난해 사건에 대한 온도 차이도 있으며, 고로 하려는 이야기도 다르다.
누군가는 정치·법률적 검열에 대해, 다른 누군가는 자기 검열, 또 다른 누군가는 심리적 검열을 이야기하는 등 검열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고민해 볼 법한 모든 것에 대해 질문하고, 함께 고민해보자고 말하다.
그런 차원에서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는 공연·예술을 올리는 무대로서의 기능만 하는 좁은 의미의 극장이 아닌, 도시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는 공동체의 중요 사안을 토론하는 '광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진행되는 극단 놀땅의 '흔들리기'(연출 최진아)는 지난해 일어난 검열 사건에 대한 각 주체의 다양한 입장을 돌아볼 수 있는 축소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열하는 공무원과 검열 당하는 예술가, 또 그것을 지켜보는 연극 동료들을 이야기하며 한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해보려 한다. (중략) 누구의 의견을 지지하거나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최진아 연출 인터뷰 中)
다음은 최진아 연출과 1문 1답.
= 시작은 ‘연습실 놀땅’이었다. 작/연출인 연극을 한편 만들었는데 포스터에 제작자 이름이 필요했다. 거기에 ‘연극연습실 놀땅’이라 쓰면서 극단 이름이 생겼고, 혼자서 연극을 제작하다가 2010년도에 지원금을 받게 되면서 같이 작업했던 배우들과 극단으로 정식 등록했다. 내가 초고를 쓰고, 배우들과 같이 읽고 논의하며 수정하는 식으로 창작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상에 관한 것들, 살면서 부딪힌 인상적인 기억과 질문을 주로 연극으로 만들었다.
▶ 이번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에 올리는 작품 ‘흔들리기’는 어떤 내용인가.
= 지난해 연극계에 일어난 검열사태(창작산실과 팝업씨어터)를 보면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언제고 검열의 손아귀에 잡혀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검열의 교묘함과 내 안의 자기검열을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배우들을 만나면서 이번 검열 사태를 보는 시각이 각각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생각지 못했던 시각들은 검열에 대한 인식과 해석, 대응에 대한 폭을 넓혀주었고, 그 결과가 이번 작품 '흔들리기'이다. 검열하는 공무원과 검열 당하는 예술가, 또 그것을 지켜보는 연극 동료들을 이야기하며 한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해보려 한다.
▶ 지난해 검열 사태에서 최 연출은 개인적으로 어떤 입장이었나.
= ‘창작산실’ 건은 개인적으로 가깝게 느꼈다. 나는 창작산실 지원제도를 통해 두 작품이나 공연한 수혜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선배 연출가 박근형이 불법이자 명백한 범죄인 검열로 피해 입은 걸 알게 됐다. 이런 상황이니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한편으로, 수혜를 받아본 사람으로서 '만약에' 나한테 저 일이 일어난다면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만약에’는 가정일 뿐, 실제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상상을 하며 과정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번 검열사태를 되돌아보는 것은 검열 앞에 어떤 비판과 선택들이 있는지를 숙고하고 성숙하는 시기가 되었다.
특히 ‘팝업씨어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나는 검열에 분노했고 비판적이었고 젊은 연출가들의 용기 있는 선택을 고무적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배우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나와는 다른 시각도 있더라. 어떤 배우는 조직에 속한 공무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고 어떤 배우는 예술가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대화할 수는 없었는지를 질문했다. 관점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내가 고무된 것과는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배우들의 시각이 당황스럽기도 했고, 거기에서 오히려 다른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었다. 개인의 선택은 참으로 다양하며, 각자 자기 식의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 공연을 보면, 그런 다양한 생각들 안에서도 이 작품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연극이 균형감을 가졌으면 했다. 그리고 누구의 의견을 지지하거나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검열이라는 큰 사건 안에서 각각의 개성을 가진 이들이 나름대로 최상의 선택을 한다. 여기서 당사자가 아니니 바라만보고 끝내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나도 연극계 구성원으로서 내 의견을 상대에게 전달하고, 상대의 이야기도 들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지를 고민해보고 싶었다. 물론 개인의 선택은 온전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과의 대화나 토론으로 개인의 인식과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면, 그래서 상대를 더 이해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더 좋은 것 아니겠는가. 서로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일깨워지기를 바란다.
▶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한 계기는.
= 참여해 달라는 전화가 왔는데, 기뻤다. 어쩌면 내 일이 될 수도 있었는데, 난 아무 행동도 못했는데, 뭐라도 하고는 싶었는데, 이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반갑고 고마웠다.
▶ 강의를 한다고 들었다. 학생들에게 지난해 검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했었나.
= 과목에 따라 말하는 비중이 좀 달랐다. 학생들은 보통 공연을 보고 공연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공연이 어땠고, 배우의 연기가 어땠고. 난 맥락을 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보도지침'이라는 연극이 있었다. 당시 연극계는 검열과 맞닥뜨리고 있었다. 학생들이 이 연극을 보면서 현 시대의 어떤 문제와 닿아있는지를 보길 바랐다. 세월호 관련 연극도 세월호 사건을 지우려는 정부가 있고,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입장이 싸우고 있는 현실에서 그것을 이야기하려는 연극이 있다는 식으로 맥락을 봐 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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