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연중최고치 행진..박스권 장세 깰 수 있을까?

"펀더멘털이 좋아진 것이 아니어서 한계...9월 중순까지는 상승세 꺾이지 않을 것"

코스피지수가 5거래일째 연중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일각에서는 우리 증권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박스권 장세를 깨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가 상승세가 언제까지 계속되고, 얼마나 오를지 짚어본다.


12일 코스피지수는 5거래일째 연중최고치(2050.47)를 경신하며 2,050선에 턱걸이 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탈퇴)에 대한 우려가 다시 일면서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 7월 6일(1953.12) 이후 근 한달 만에 5%, 백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외국인투자자였다.

외국인은 이 기간에 무려 5조 1,900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이 3조 5천 4백억원, 개인이 2조 9백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큰 대조를 보였다.

외국인은 7월 6일 이후 8월 3일과 8월 11일 단 두차례만 순매도했을 뿐 계속 순매수세를 보였다.

외국인이 이렇게 계속 사자세를 보인 것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각국이 경쟁적으로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진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몰려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만이 아니고 신흥국 전반으로 외국인투자가 몰려들었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인투자자에게 매력적인 나라였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2분기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의 실적이 어닝서프라이즈로 예상보다 아주 좋게 나왔기 때문이다.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는 일본 등 경쟁국보다 원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수출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측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관심은 현재의 주가상승세가 계속돼 수년간 우리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박스권 장세를 벗어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대부분의 증시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 상승세는 이어지겠지만 그것이 박스권을 깨뜨릴만한 상승세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장세는 주요국들의 양적 완화로 풀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유동성장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등 펀더멘털(Fundamental)이 좋아져서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있는 추세다.

외국인 투자자가 이끄는 유동성장세는 대외여건에 따라 언제든 흐름이 바뀔 수 있다.

유동성장세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미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게 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단초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는 주가 상승세도 꺾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세계금융시장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여부를 결정하는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주가상승세는 일정 정도의 조정국면을 거치겠지만 일단 FOMC가 열리는 9월 중순까지는 크게 꺾이지는 않고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은 당분간 지금의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OMC가 열리는 9월 중순까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현재와 같은 안도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펀더멘털에 커다란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고 환율이 추가적으로 절상되면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우려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승세는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주가전망과 관련해서는 “2,080선 정도를 고점으로 본다. 현 주가와 대비해서 큰 폭의 상승폭을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박스권 장세를 이번에 벗어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성장률이 내년에 크게 개선된다든지 글로벌경기에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한다든지 하는 등의 펀더멘털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연말에 있을 미금리인상 여부 결정과 미대선과 같은 정치적 일정, 리우올림픽 이후 이머징국가 상황 등 불확실성은 4/4분기 이후에 더 커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정용택 팀장은 말했다.

주가 상승세를 좀더 길게 갈 것으로 보고, 고점을 더 높게 보는 의견도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주가 상승세는 앞으로 두달 정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변곡점은 10월 중순이 되리라고 본다. 이 때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가 열리는 9월과 12월의 중간이다. FOMC가 9월에는 기준금리에 대한 별다른 시그널을 내보내지 않고, 12월에 가서야 기준금리를 인상하든가, 12월을 기점으로 내년에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중간시점을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변곡점으로 본다. 이 때는 12월 FOMC에 대한 부담이 점차 커질 시점이다. 또 10월에는 미국 대선과 관련해 토론회 등이 활발히 열리면서 지지율의 변동 등으로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커져 글로벌자금이 움츠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주가전망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두달 정도 외국인 투자금이 2조원 정도 추가로 더 들어오고 그렇게 되면 주가는 박스권의 상단인 2,100에서 2,150선 사이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 이후는 상승에 대한 되돌림이 불가피할 것이다. 박스권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박스권을 1,800에서 2,200까지로 보면, 이번 주가 상승세가 박스권을 깨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라고 류용석 팀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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