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기법' 혹시 들어보셨나요?

있는 줄도 몰랐던 국기법, 그러다보니 제작부터 게양까지 제각각

현재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국기법'을 통해 태극기의 제작·게양·관리 등을 같은 방식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국기법에대한 홍보가 부족한데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거리 곳곳에 나부끼는 태극기들이 실제법에서 정하고 있는 규정과 달리 제각각 게양되고 있다.

심지어 국가 관공서에조차 현행 국기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관공서도 모르는 유명무실 국기법

현행 '대한민국 국기법'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기의 제작·게양 및 관리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이를 통해 애국정신을 고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홍보가 없어 국가 관공서조차 국기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기법 제7조 4항에는 "국기의 깃봉은 아랫부분에 꽃받침과 무궁화봉오리 모양으로 하며, 그 색은 황금색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민센터 앞 게양대에 걸린 태극기의 깃봉은 황금색이 아닌 은색으로 만들어져 걸려있다.

규정과 달리 깃봉이 모두 은색으로 제작돼 있다. (사진=김구연 기자)
(사진=김구연 기자)
한 구청의 시설관리공단 앞, 이곳 태극기 역시 깃봉이 은색으로 제작돼 있어 '깃봉은 황금색으로 만들어야한다'는 현행 국기법을 위반했다.

이에 해당시설 관계자는 "국기는 오래되거나하면 자주 교체를 해왔다"며 "국기봉에 관한 규정은 잘 몰랐고 바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국기봉뿐만 아니라 태극기 게양방법조차 각 관공서마다 서로 다르게 게양하고 있었다.

국기법에 따르면 태극기 게양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게양대의 높이가 서로 다를 경우, 깃봉이 홀수일 때는 가장 가운데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짝수의 경우에는 가운데 왼쪽에 게양한다.

국기게양조차 제각각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김구연 기자)
반대로 게양대의 높이가 서로 같은 상황에선 홀수의 경우엔 가장 가운데 태극기를 걸고 짝수의 경우에는 가장 좌측에 태극기를 게양해야한다.


하지만 서울의 한 구청은 깃봉의 높이가 서로 같아 법에 따라 가장 좌측에 태극기를 위치해야하지만 가운데 왼쪽에 게양하고 있다.

해당구청 관계자는 오히려 "맞게 게양 돼있는 것으로 안다"며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 시대와 동떨어진 '대한민국 국기법'

이와 같은 문제를 두고 현행 국기법의 조항이 애매하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법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국기법 10조 3항에 따르면 태극기가 훼손됐을 경우엔 "지체 없이 소각하거나 적절한 방법으로 폐기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심에서 개인이 태극기를 소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소각 외의 적절한 폐기방법이 무엇인지 전혀 명시돼있지 않다.

행정자치부 의정관 관계자는 "태극기는 땅에 묻을 수 없기에 소각 외에는 달리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그래서 개인의 경우는 동사무소나 구청에 소각을 맡겨 폐기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개인이 직접 동사무소나 구청을 찾아 태극기 소각을 의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그 수조차 잡히지 않고 있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동에 비치한 태극기 수거함이나 구청을 찾아와 직접 맡기는 방식을 통해 태극기를 수거하고 있다"며 "다만 그 수가 적어 정기적으로 소각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법 때문에 태극기가 제대로 폐기되고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기홍보중앙회의 이래원 회장은 "법이 명확하지 않아 시행이 잘 안 되고 있고 시대적으로도 뒤떨어져 있다"며 "태극기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함께 법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극기 홍보활동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태극기에 관한 내용을 잘 모른다"며 "국기법에 관한 홍보도 너무나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 우리가 몰랐던 국기법, 태극기의 숨은 이야기

학교에서 흔히 보던 유리액자 속 태극기가 일제의 잔재라고?
학창시절 대부분의 교실에 걸려있던 태극기는 유리액자 속에 넣어져 보관돼 있었는데 이는 일제의 잔재다.

액자형 국기틀은 일본 조선총독부가 민족 말살과 천황에 대한 충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강요했던 일장기 게시방법으로 알려져 교육현장에 남은 일본의 잔재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2002년 8월, 행정자치부는 '실내 게시용 국기 틀에 관한 고시'를 통해 실내 태극기를 유리액자 틀이 아닌 족자형 틀로 바꿔 사용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태극기는 절대 빨아서는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태극기는 절대 물로 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기법에 따르면 국기에 때가 묻거나 구겨진 경우에는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세탁과 다림질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국기가 더러워졌을 경우에 무조건 소각처리 할 필요 없이 어느 정도의 세탁으로 깨끗이 보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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