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처음으로 사무처 월례조회에 참석한 이정현 당대표가 느닷없이 "의자 배치를 바꾸자"고 제안한 것이다.
통상적인 조회 때처럼 뒷사람이 앞사람 뒤통수만 볼 수 있게 배치됐던 의자들이 빙 둘러앉아 서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원형으로 다시 자리를 잡았다.
이정현 대표도 연단에 서는 대신 의자에 앉아 마이크를 잡고 "모든 (형식적인) 의식이나 절차를 생략하자"고 말했다.
그 자신 사무처 말단 직원 출신인 이 대표가 보인 파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사무처 후배인 직원들을 '아우님'이라 부르며 직원들도 자신을 '형님' 대하는 식으로 일할 것을 주문했다.
새누리당 역사상 최초의 호남 출신 당대표로 '거위의 꿈'을 이룬 이 대표가 여당에 변화의 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대표가 추구하는 변화의 내용은 '기존 형식 파괴를 통한 실질 강화'로 보인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발언 제한, 당·정·청회의에 장·차관 대신 실·국장 참여 등도 회의의 내실 강화가 명분이다.
지난 11일 여당 새 지도부와 박근혜 대통령 오찬 그리고 12일 당대표 비서실장 인선 내용을 대변인이 아닌 이 대표 자신이 직접 브리핑한 데서도 형식 파괴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취임하자마자 이 대표가 밀어붙이는 이 같은 당 문화 개혁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당장 12일 조회 형식을 파격적으로 바꾸려던 이 대표 시도는 폭염 속에 냉방이 전혀 되지 않는 강당에서 장시간 이어진 이 대표 발언이 '아우님'들 진을 빼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고위원회 공개 발언 제한의 실효성을 두고는 일단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게 당내 대체적인 분위기지만, '언로 차단' 등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원내대책회의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0일 최고위원 공개 발언 제한이 결정되고 실제로 11일 최고위원회의는 전면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예전과 다름없이 참석자들의 공개 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조경태 의원은 주택요금 누진제의 근본적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날 당정의 한시적 누진제 완화에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내대책회의는 물론, 최고위원회의와 성격이 다르고 회의 주재도 당대표가 아닌 원내대표가 한다.
그렇더라도 회의 공개 발언 관련 최고위원회 결정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이정현 당대표 간 묘한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이정현 대표가 "오직 기준은 국민"이라며 강조하는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도 수사만 있을 뿐 구체적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대표가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 문제를 외면하면서 섬김의 대상이 국민인지, 박근혜 대통령인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비서실장 인선 내용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도 "우병우 수석 거취와 관련해 입장이 바뀐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후보자이던 지난 1일 TV 토론회에서 '우병우 수석이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