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남자 대표팀이 기대에 못 미쳤다. 단체전 금메달 4개, 개인전 금메달 1개.
덕분에 세계 최강이라 자부하는 한국 양궁이지만, 단 한 차례도 올림픽 4개 종목 전관왕에 오른 적은 없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는 늘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놓쳤고,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남녀 개인전 모두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오진혁이 첫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며 전관왕 기회를 잡았지만, 단체전에서 울었다.
런던 올림픽 직후 대한양궁협회와 현대자동차, 그리고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이 힘을 합쳐 전관왕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처럼 각각 역할을 수행했다.
일단 협회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과제를 제안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경기장과 똑같이 태릉선수촌 훈련장을 바꿨다. 신호기부터 전광판, 풍향기까지 삼보드로무 경기장과 똑같았다. 세계양궁연맹(WA)에서 대회 때 사용하는 음악, 슛오프 때 나오는 심장 뛰는 소리도 모두 준비했다.
거액을 들여 전자표적판도 들여왔다. 전자표적판의 생산지는 헝가리. 협회는 헝가리에서 기술자 2명을 불러 설치까지 완료했다. 개인기록 저장이 가능한 전자표적판 도입으로 탄착군 등 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기술을 투자했다.
활을 고르기 위한 슈팅머신과 비파괴 검사를 비롯해 3D 프린터를 활용한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 대표팀에 제공했다. 상태가 나쁜 활을 쉽게 골라낼 수 있었고, 그립이 망가질 경우에도 곧바로 대체가 가능했다.
KISS가 선수들의 심리 문제를 책임졌다. 뇌파훈련 등을 통해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모바일 게임까지 동원해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늘 심리치료사가 대표팀과 함께 했다.
전관왕을 위해 현장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당초 대표팀은 선수단 전세기를 통해 출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세기에 비즈니스석이 부족해 일정을 아예 미루고 이튿날 전원 비즈니스석을 타고 리우로 향했다. 또 리우 경기장이 선수촌과 35km나 떨어진 점을 고려해 경기장 근처에 휴게실과 의무실을 마련해 선수들의 이동 부담을 줄여줬다.
결과는 전관왕으로 나왔다. 남녀 단체전 금메달을 싹쓸이 한 뒤 12일 장혜진(29, LH), 13일 구본찬(23, 현대제철) 각각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관왕 프로젝트 아래 4년간 흘린 땀은 헛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