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단체전까지 2관왕과 함께 새 양궁 여제로 우뚝 섰다. 동료이자 친구 기보배(28 · 광주시청)도 장혜진과 4강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안았지만 값진 동메달을 보태 기쁨이 더했다.
하지만 막내 최미선(20 · 광주여대)은 아쉽게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8강전에서 강풍 변수에 흔들리며 0-6(23-25 26-29 27-29)으로 완패를 안았다. 단체전 금메달과 함께 2관왕 가능성이 컸던 세계 랭킹 1위였기에 아쉬움이 컸다.
경기 후 최미선은 연신 눈물을 쏟아내며 취재진의 안타까움을 키웠다. 최미선은 "단체전 금메달을 땄지만 그동안 많이 준비해왔는데 허무하게 끝나 아쉽다"고 울먹였다.
최미선은 그러나 값진 메달 2개를 한꺼번에 목에 걸었다. 바로 언니들이 따낸 금과 동메달을 막내의 목에 걸어준 것.
장혜진과 기보배는 개인전 경기를 끝내고 시상식과 기자회견까지 마친 뒤 보조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함께 기다리고 있던 최미선을 찾아와 안아주며 동생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누가 땄든지 간에 다함께 이뤄낸 한국 양궁의 쾌거이자 다같이 수확한 성과였던 것이다. 양창훈 여자 대표팀 감독은 "사실 미선이가 경기할 때 바람이 불어온 불운이 있었던 것이지 장혜진이나 기보배가 그 시간이 경기를 했다면 졌을 수 있다"면서 "미선이가 희생을 해서 언니들이 메달을 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양 감독의 말대로 여자 대표팀 모두의 승리였다. 경기 후 장혜진과 기보배는 현지에서 응원을 하며 격려해준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을 찾아 메달을 목에 걸어주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과 첫 동메달을 거둬준 두 선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공로를 치하했다.
장혜진은 기자회견 뒤 도핑 테스트를 받으러 가는 중에도 자원봉사자의 사인과 촬영 요청을 받아 흔쾌히 응했다. 여자 대표팀의 뜨거운 우정과 한국 양궁의 위상을 동시에 확인한 흐뭇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