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이정현 대표, 왜 우병우 문제 언급도 안하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가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는 "본인이나 정부, 여당 모두에게 큰 심적 부담인 것은 사실"이라며 사퇴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이정현 대표, 왜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 언급도 안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 이정현 대표가 당선된 뒤 우병우 수석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안하고 있나?

= 그렇다. 이정현 대표는 당대표로 선출될 뒤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와 관련해서 공개적으로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개각과 관련해 "개각에 대해서도 관심들이 많다"면서 "탕평인사, 균형인사, 능력인사, 또 소수자에 대한 배려 인사 그런 부분에도 조금 이렇게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 국정 전반에 대해서 다 판단하실 문제이긴 하지만"이라며 인사문제 언급을 아주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 대표는 기자들이 '우 수석 거취와 관련해 건의할 것이냐"'고 질문을 해도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빠져나가기만 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는 경질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았나?

= 그 때도 원론적이거나 '정부·여당에 부담스럽다'는 발언이 최고 수위였다.

이정현 대표의 우병우 수석과 관련된 발언은 7월 22일 언론인터뷰에서는 "부담스럽다"면서도 "본인(우 수석)이 아니라고 하니 어느 정도 지켜보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7월 25일 언론인터뷰에서는 "봉급생활자들이라든가 영세 자영업자들이라든가 이런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 1300억원이 넘는 그러한 거래, 부정이 있었든 없었든 또는 거기에 부적절함이 있었든 없었든 액수 자체가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액수'라면서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많이 당황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7월 29일 당 대표 후보자 첫 TV토론회에서는 "사실 내용을 보면 1320억원 이런 것이 국민정서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저역시 마찬가지"라면서 "그러나 의혹이 제기됐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죽을 죄를 진 사람이라도 의혹을 해소하고 결과에 따라 사실이면 엄중한 벌을 받고 아니라면 그 때 가서 그 자리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지금은 진위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8월 2일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는 "우 수석은 오래지 않아 조사 결과가 나오고 의혹의 진위가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나 정부, 여당 모두에게 큰 심적 부담인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지켜보자며 유보적인 언급을 했지만 갈수록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부담스러운 단계까지 나아갔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 그렇다면 교체를 건의하는 게 맞지않나? 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걸까?

= 이정현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우'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과의 25분간 독대하는 자리가 있었기 때문에 교체의 필요성을 언급했을 가능성으 있다. 다만 그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대표가 우 수석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박 대통령의 복심'이기 때문이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우병우 거취 얘기는 를 꺼내는 순간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거니까 안 꺼내는 것이고, 박 대통령의 의중을 읽으니까 안 꺼내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복심으로 불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대통령이 인사권자이기 때문이다. 이정현 대표는 개각에 대해 언급하면서 가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 국정 전반에 대해서 다 판단하실 문제이긴 하지만"이라고 전제를 하면서 "탕평인사, 균형인사, 능력인사, 또 소수자에 대한 배려 인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개각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해야하고 당에서 입각하는 인물이 있을 수도 있는데도 이렇게 원론적인 언급만 하는데 대통령의 비서를 교체하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창렬 교수는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우 수석 교체 문제를 거론한다는 건 자기정치를 하거나 청와대와 거리를 두겠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 대표 입장에서는 우 수석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얘기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교체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언급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에게 우 수석 거취를 거론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론에 한다, 안 한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라며 답변을 피해갔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후임 민정수석을 물색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았고 어제는 구체적으로 누구누구가 거론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정현 대표가 이런 사정을 잘알고 있는 상황에서 우 수석의 교체를 언급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정현 대표가 신임 인사차 방문한 자리에서 우 수석의 교체와 관련된 언질은 없었지만 우병우 수석의 교체를 건의해야 한다는 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그렇다면 우병우 민정수석이 교체되는 거냐?

= 조만간 있을 개각과 함께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병우 수석은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후보들이 교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거론할 만큼 이미 청와대나 여당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TV토론에서 "일단 드러난 여러 사항만 갖고도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부담을 드리고 있다"며 "구설수에 올라 누를 끼쳤으면 사퇴해야 한다. 시시비비는 물러난 후에 가려도 된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은 "정무직 공무원에겐 사법적 책임과 정무적 책임 두 가지가 있다"며 "고려할 것도 없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도 "사실 내용을 보면 '1320억원' 이런 것이 국민정서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저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정치인은 "우병우 수석이 실세니 뭐니 그렇게 거론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장기판의 졸에 불과하다"며 "그렇게 신임이 두텁던 남재준 전 국정원장도 하루아침에 경질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누구에게 떠밀려서 사람을 바꾸는 걸 싫어해서 그렇지 문제가 있고 부담이 되는 사람을 계속 끌고갈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오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앞으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거냐?

= 이정현 대표가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저를 비웃을 때도 저같은 사람을 발탁해 준 우리 박근혜 대통령께 저는 감사함을 갖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가 어제(11일) 오찬에서 한 발언 중 주목해야 될 대목이 있다. 바로 '당정청 일체화'다.

박 대통령은 "당·정·청이 하나가 돼 오로지 국민만 보고 앞으로 나아갈 때, 국민의 삶도 지금보다 편해질 수 있고 나라도 튼튼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정현대표는 "당·정·청이 완전히 하나, 일체가 되고 동지가 돼서 책임감 있게 집권 세력, 여권 세력의 일원으로 책무를 꼭 할 것을 다짐을 드린다"고 화답했다.

'당정청 일체화'는 앞으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관계가 수직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는 걸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최창렬 교수는 "앞으로 당청관계는 수직적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 근거로 이정현 대표가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와 맞서는 것이 정의이고 그게 전부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여당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언급한 걸 들었다.

유창선 박사는 "(당청간) 신밀월시대가 전개될 것"이라면서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뜻을 거스리는 일을 하는 경우는 없을 거다. 자신이 비서로 줄곧 모시던 분이니까"라고 말했다.

(사진=김종철 이사장 페이스북 캡처)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박근혜와 이정현, '전체주의 국가'를 원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정현 신인 대표와 박 대통령의 대화 중 가장 핵심이 '당·정·청 일체화'"라면서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언제나 '한 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활동의 자유와 생산적 경쟁이 보장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라면 그런 발언들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재오 전 의원은 이정현 대표가 '정의'를 언급한데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거죠. 정의라는 게 자기 잣대로 해석하면 됩니까"라면서 "대통령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맞서야죠. 옳지 않은 일을 하는 것에 맞서는 게 정의죠. 대통령이라고 무조건 맞서지 않으면 그건 정의가 아니고 굴종이죠, 굴종"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지금 군사독재가 아니지 않습니까? 독재시대는 그럴 수가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독재에 미쳐 있으니까"라고 꼬집었다.

정치평론가들은 "'당정청 일체화'가 완벽하게 구현된 정치체제가 바로 '유신정권'"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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