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연패 진종오 "내 생애 가장 부담스러웠던 경기"

"보여주기 사격이 아니라는 생각에 부담 극복"

사격 진종오 선수가 주종목 권총 50m에서는 올림픽 사격 역사상 최초의 3연패를 달성했다.(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진종오 (사격 50m 금메달리스트)

사격의 진종오 선수가 지난밤 본인의 주종목 50m 권총에서 보란 듯이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그냥 금메달이 아니고요.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3연패입니다. 진종오 선수, 지난 7일 사격 10m에서 5위에 머물면서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여서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요. 얼마나 부담감이 심했을까요? 특히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진종오 선수가 기록을 세우느냐 마느냐를 지켜보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 압박감은 대단했을 것 같은데요. 모두 다 떨쳐버리고 3연패를 이뤄냈습니다. 특히요, 이번 결승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떨어지는 방식이었는데 두 번째 탈락자 위기까지 갔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순위, 한 순위,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서 마지막 1위까지 간, 대 역전 드라마를 써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는데요. 브라질 리우 현지 연결하겠습니다. 진종오 선수 나와 계세요? 축하드립니다.

◆ 진종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지금 금메달 실감이 좀 나세요?

◆ 진종오> 아니요, 아직... 좀 계속 이리저리 불려 다녀서.

◇ 김현정> 참 이게 올림픽 금메달 3연패 세계 최초의 기록. 그 심정은 어떠십니까?

◆ 진종오> 기쁘긴 한데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 김현정> 얼떨떨한. 아니, 사실은 어제 펜싱의 박상영 선수도 국민 마음을 졸이더니 오늘 진종오 선수도 조마조마했습니다이번에 진종오 선수도 한 줄로 쭉 세워놓고 한 명씩 한 명씩 탈락하는 방식이었어요, 탈락하는 방식이었는데. 첫 탈락자가 나오고 두 번째 탈락자가 나오는 그 순간에 그 탈락자 후보 안에 있었습니다. 그렇죠.

◆ 진종오> 네.

◇ 김현정> 왜 이렇게 국민들 마음 졸이게 하셨어요.

◆ 진종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사격의 묘미를 알려드리고 싶어서... (웃음)

◇ 김현정> 사격의 묘미를 알려드리고 싶었다. 이제는 웃으면서 우리가 얘기할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순위를 봐가면서 선수들도 싸우잖아요? 그 탈락 위기까지 갔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 진종오> 네, 알고 있었죠.

◇ 김현정> 그때 심정은 어떠셨어요? 이번에 내가 두 번째 탈락자가 될 수도 있겠다라고 느낀 순간.

◆ 진종오> 오늘 떨어졌구나, 오늘 실패했구나 해서 되게 많이 좌절했었는데.

◇ 김현정> 떨어졌구나란 생각을 하셨어요, 그 때?

◆ 진종오> 네. 그런데 아직 경기가 끝난 게 아니니까 좀 남은 것 잘 해 보자라고 했는데 그게 잘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마무리를 잘해 보자. 마음 비우신 거네요, 그 순간부터는? 어떻게 보면?

◆ 진종오> 마음 비운 것도 좀 있고요.

◇ 김현정>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한발 한발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오로지 그 심정으로 쏘니까 맞아 들어가기 시작한 건가요, 그 순간부터?

◆ 진종오> 네, 그때부터 원하는 대로 맞기 시작하더라고요.

◇ 김현정> 초반에 좀 흔들렸던 건, 제 실력이 안 나왔던 거, 그건 이유가 뭘까요?

◆ 진종오> 제실력이 안 나왔다기 보다도 아무래도 긴장했던 부분도 있고...

◇ 김현정> 아니, 저는 소음, 경기장의 소음이 유난했고 또 지난번 10m의 부진도 좀 부담도 됐을 것 같고 걱정이 되더라고요,그 부분이.

◆ 진종오> 부담이 엄청 됐죠.

◇ 김현정> 엄청 되셨어요?

◆ 진종오> 정말 역대 가장 부담스러웠습니다.

◇ 김현정> 평생을 통틀어서 가장 부담스러운 부담을 안고?

◆ 진종오> 네.

◇ 김현정> 그럼 혹시 밤잠도 좀 제대로 못 주무셨어요?

◆ 진종오> 잠은 적당히 잤고요. 그런 건 없었고요. 그냥 10m가 잘 안 돼서 걱정은 있었습니다.

사격대표 진종오가 10일 오후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김현정> 아니, 진종오 선수가 그렇게 오래 경기 20년 뛰었잖아요. 한 20년 됐는데 그 경기들을 통틀어서 이번이 가장 부담감이 많은 경기였다니까 제가 또 마음이 좀 짠해지네요.

◆ 진종오> 최고로 부담스러웠던 경기였습니다.


◇ 김현정> 그 부담감을 그러면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 진종오> 극복이라기보다 그냥 심리적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위한 사격이 아닌 나를 위한 사격이다고 생각하면서요. (그 후) 경기가 잘 풀렸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누군가를 위한 사격이 아닌 나를 위한 사격. 그 말이 정말 멋있네요. 나를 위한 사격. 그냥 나 자신과의 싸움, 이런 의미입니까?

◆ 진종오> 그런 의미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 의미로... 2위까지 하여튼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면서 사실은 최저일 때가 7위였어요. 7위부터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면서 두 사람 남았을 때 굉장히 잘하는 선수였습니다. 베트남 선수도. 그때는 무슨 생각하면서 쏘셨습니까?

◆ 진종오> 마찬가지로 마지막까지 끝은 아니다. 왜냐하면 평생 남는 한이 될 수 있을까 봐.

◇ 김현정> 한이 될 수 있을까 봐.

◆ 진종오> 경기는 끝나 봐야 아는 거니까. 마지막까지 나태해지지 말고 하자 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왔습니다.

◇ 김현정> 한이 되지 말자, 나태해지지 말자 이런 생각으로. 그리고는 금메달이 딱 확정되는 순간, 3연패에 성공하는 그 순간은 어떤 생각 드시던가요? 해냈구나 이런 생각 드셨어요? 딱 되고 나서? 결정짓고 나서?

◆ 진종오> 드디어 1등을 했구나는 생각으로 마무리가 잘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사격 최고령 선수입니다. 서른일곱이에요. 우리나라 대표팀을 통틀어서도 가장 맏형. 다음 올림픽을 혹시 기대해도 되느냐, 이런 얘기들 많이 들으시죠?

◆ 진종오> 은퇴는 안 할 거라고 일단은 얘기했습니다.

◇ 김현정> 은퇴 안 하고. 다음 올림픽도 도전? 그래요.

◆ 진종오> 네, 도전하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뜨겁게 응원해 주신 국민들께 마지막 한 말씀 해 주시죠.

◆ 진종오> 예, 첫 날 너무 제가 못해서 많이 실망하셨을 텐데 더 열심히 해서 다음부터는 안심시켜드리고 하면서 아직 경기 일정 많이 남았으니까 열심히 응원해 주시면 선수들이 잘할 겁니다. 대한민국 선수단 파이팅해 주십시오.

◇ 김현정> 진종오 선수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진종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사격 50m 올림픽 3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리우에 있는 진종오 선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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