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향하는 진종오(37·KT)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세상의 무게를 온통 자신이 짊어진 것만 같았다. 그럴만도 했다. 그의 총구에서 총성이 울릴 때마다 올림픽 사격의 역사가, 한국 올림픽의 역사가 바뀌니 얼마나 부담이 컸을까.
그 부담감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올림픽슈팅센터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경기 때였다. 진종오는 2연패를 노렸다. 그러나 5위에 머물렀다. "죄송합니다" 한마디만 남기고 사격장을 떠났다.
진종오는 "10m 공기권총이 끝나고 모든 것을 내려놓자고 생각했다. 올림픽 메달은 따고 싶다고 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욕심이 많다 보니 힘도 많이 들어갔다. 진종오답게 총을 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종오답게 총을 쏘자 적수가 없었다. 사격 황제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진종오는 11일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한때 6위로 떨어졌다. 진종오답지 않게 6점짜리 사격도 했다.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사격 황제의 자존심에 발동이 걸렸다. 진종오는 마치 도장깨기를 하듯이 한 단계씩 순위를 끌어올렸고 마지막 1발을 남기고 마침내 1위로 올라갔다.
진종오는 "6점을 쐈을 때 오늘 메달을 못 딸 줄 알았다. 긴장한 게 아니고 조준 자체가 안됐다. 바로 알았다. 그게 오히려 정신을 깨워줬다. 속으로 욕도 했다. 내 인생의 한발이었다"며 웃었다.
이어 "바로 정신 차렸고 올림픽에서 후회를 남기지 말자고 이를 악물고 집중했다"고 말했다.
진종오가 순위를 끌어올리자 장내 아나운서마저도 "엄청난 컴백입니다"라며 감탄했다. 진종오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싶어했다.
진종오는 "3등이 되니 일단 안심됐다. 예전에 대회에 나가보면 3등이구나 하면 3등으로 끝나더라. 그래서 마지막까지 해보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진종오는 올림픽 사격 사상 최초로 개인전 3연패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한국 올림픽 사상 최다 타이인 6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이 같은 부담과 싸워 이겨냈다.
진종오는 "사격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부담됐다. 그래서 남을 위한 사격이 아닌 날 위한 사격을 하자고 다짐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