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국가정보원 박원순 제압 문건'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나 청문회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나섰던 민평련이 본격적으로 '박원순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민평련은 "전혀 아니"라며 일단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자신 역시 사회운동가 출신으로 당내 다른 모임과 비교하면 민평련이 심리적인 거리가 가깝고, ‘박원순 키드’인 기동민 의원 역시 민평련에 속해있는 만큼 박 시장이 민평련을 기반으로 당내 세력 확장에 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 시장과 민평련은 이날 오후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만나 2시간여 동안 환담을 나눴다.
박 시장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이날 만찬에는 민평련의 대표인 더민주 설훈 의원과 권미혁·김민기·김영진·소병훈·오영훈·우원식·인재근·홍익표 의원, 장영달·최규성 전 의원 등 16~17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동민 의원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만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관련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진짜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국정원의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해 민평련이 '국정조사나 청문회 실시'를 주장을 촉구한데 대해선 "내가 민주당 소속이니 당연히 해주실만한 일"이라면서도 "그건 내가 감사를 드렸다"고 밝혔다.
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는 홍익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민평련이) 김근태 의장과 민주화 운동을 오래한 분들이어서 박 시장님하고 인연이 있어 편안하게 식사를 했다"며 "최근 '김근태 평화인권상'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주로 했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전당대회나 대선과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전하며 "박 시장도 그런(대선) 이야기는 안 했다. 본인이 대선에 나간다는 말도 안 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민평련 차원의 대선주자 만남 여부'에 대해선 "그럴 계획은 없다"며 "아직 (대선) 후보들도 확정이 안 됐다. 누가 나올지도 모른다"며 부인했다.
이날 만찬에 대해 양측은 “편안한 저녁자리”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지만 당 안팎에서는 박 시장이 대선주자로서 '우군확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영향력 있는 계파모임 중 하나인 민평련은 친노(친노무현)이나 친문(친문재인) 세력과 가까워 범주류로 분류되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캐스팅보트' 성격을 띄기 때문이다.
2012년 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민평련 차원의 지지 후보 선출을 위한 투표를 했을 당시 김두관·문재인·손학규·정세균 후보 중 대세론이 형성됐던 문 후보를 택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민평련은 손 후보를 택하면서 경선판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특히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인 기동민 원내대변인을 제외하고는 당내 '확실한 우군세력'을 확보하지 못한 박 시장 입장에서는, 민평련이 당내 세력 확장에 매력적인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내 '첫 공략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촉구하며 ‘박 시장 구하기’에 나섰던 민평련은 일단은 박 시장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민평련이 박 시장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는 정치권 일각의 분석에 대해 홍익표 의원은 "전혀 아니"라며 "‘박원순 제압 문건’은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요구한 것이고, 그 상대가 박 시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도 국정조사 등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