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가 이처럼 일반 가정의 부담이 되고 있음에도 한전은 누진제 폐지 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 자회사들에게 이익을 몰아주며 영업이익을 낮추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전이 지난해 8월 가정에 전력을 팔고 청구한 요금은 8천857억 원이다. 지난해 가장 적었던 5천563억 원보다 59.2% 많은 것이다.
통상적으로 봄과 가을은 5,6천억 원대에 그치다가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는 8월에는 주택용 전기 판매요금이 급증한다. 이 간극이 바로 에어컨 등 냉방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누진제의 영향으로 관측된다.
"합리적으로 쓰면 요금폭탄이 없다"는 정부 측의 설명에도 기록적인 폭염이 몰아치는 올 여름은 누진제의 영향이 예년보다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누진제의 영향이 크다는 것은 일반가정의 전기요금은 올라가고, 한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증가한다는 뜻이다.
올 상반기 한전의 영업이익은 2조1천75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7% 늘어났다.
그러나 자회사 영업이익을 포함한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보면 상반기 영업이익은 6조3천98억 원으로 무려 45.8% 급증한다.
한전이 발전 자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사들일 때 적용하는 정산조정계수를 높게 조정함으로써 한전의 개별 영업이익은 줄이고 발전 자회사들의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시킨 셈이다.
한전이 구태여 개별 영업이익은 줄이고 자회사들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배경은 과도한 영업이익이 실현될 경우 누진제 개편과 전기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관측된다. 여론의 질타를 피해가려는 꼼수라는 분석이다.
현재의 요금체제가 계속되면 전력 공기업의 수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누진제를 완화해 일반 가정의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요즘이 제도개선의 적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