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데이(김데이빗·DAY DAY)의 음악 인생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래퍼가 되고 싶었지만, 상황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유명 가수들의 앨범 작업에 참여하고 아이돌 그룹 멤버로 활동해도 마음속에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 다 내려놓고 출연한 '쇼미더머니(이하 '쇼미')'는 전환점이 됐다. 비록 '통편집'이란 수모를 겪었으나, 좋은 동료를 얻었고 확신도 생겼다.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넷,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은 그와 서울 신사동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쇼미5' 출연을 계기로 알게 됐고, 최근에는 공연을 자주 함께하고 있다. 띠동갑 차이가 나는 동생인데, 서로 코드가 잘 맞고 랩 스타일도 비슷한 편이다. 8월 말이나 9월 초에 같이 곡 작업을 하기로 했다. 최대한 신나고 재밌는 걸 만들어서 보여주려고 한다.
Q. 데이데이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중학교 때 한국에 와서 외국인 중, 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때 힙합에 완전히 빠져서 혼자서 가사 쓰고 랩을 하기 시작했다. 원타임 테디, 윤미래 노래를 들으면서 랩 스타일을 연구했다. 원래 이름은 데이빗인데, 영어 선생님 이름 같아서 데이데이라는 활동명을 만들었다. 나와 이름이 같았던 흑인 친구의 별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매일 매일 열심히 살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래퍼가 되자는 뜻을 넣었다. 제대로 활동한 건 스물한 살 때부터다. 지인을 통해 인연이 닿아 신화, 이효리 등 가수들의 앨범에 랩 메이킹, 피처링으로 참여했었다.
Q. 아이돌 멤버 출신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피플크루 멤버 출신 인태(활동명 이나티) 형의 소개로 그룹 달마시안(DMTM)에 합류하게 됐다. 원래는 힙합 느낌이 강한 팀을 준비한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방향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더라. 당시 내 나이가 스물여덟이었는데, 아이돌 칼군무를 소화해야 했다. 숙소 생활도 힘들었다. 외출, 외박 금지 같은 규칙이 있어서 스트레스가 많았다. 힙합 음악을 하고 싶어 결국 팀을 탈퇴했다. 멤버들과 불화는 없었다.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고 얼마 전 공연장에 응원도 와줬다.
Q. 작사가로도 활동 중이라고.
힙합과는 좀 멀지만 에이핑크 '미스터 츄'를 공동작사했다. 내 인생 대표 작사곡이다. (웃음). 그 외 씨스타, 시크릿 전효성, 송지은 씨 등과 작업했다. 거의 다 여자 가수들이라 '소녀 감성'을 내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원래 하고 싶었던 걸 보여줘야 할 시기다.
Q. 래퍼 활동은 왜 뜸했나.
회사에 묶여 있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핑계일 수도 있는데 대중 가수나 작곡가들과는 친분이 있었지만, 래퍼들과의 연결고리가 없었고, 그만큼 아는 게 많지 않았다. 회사를 나왔을 때 나이가 서른한 살이다. 플레이어로서 보여준 게 없고 시간을 헛보낸 게 후회돼 방황도 했다. 늦었지만 신인의 자세로 다시 해보려 한다. '쇼미'도 그런 의미에서 나간 거다.
Q. '쇼미'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해 시즌4부터.
첫 경험이라서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 음원 미션에서 떨어졌는데, 예상보다 높이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방송 분량은 너무 적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좋게 봐준 것 같아 기뻤고, 래퍼들도 내 실력을 알아봐 줬다.
Q. 올해 다시 참가하게 된 계기는.
시즌4 종영 이후 조금씩 곡 작업을 하면서 지냈다. 출연 비중이 작았으니 한 번 더 나가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열심히 준비해서 다시 지원했다.
Q. 그런데 완전히 통편집 당했지 않나.맞다. 나보다 더 센 캐릭터, 이슈될만한 사람들에게 비중이 많이 갔다. 캐릭터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있다. 내가 인터뷰를 재밌거나 세게 하지 않았고, 도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쇼미'가 그래도 랩 컴피티션 아닌가. 랩은 정말 열심히 멋지게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분량이 적어 아쉽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Q. 두 시즌 연속 음원 미션에서 탈락했다.
작년 보다 부담이 컸다. 실력을 떠나 알려진 사람들과 경쟁해야 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우승후보 비와이, 지투, 원과 한 팀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내가 가장 비중이 없는 사람 아닌가. 자신감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음원 미션 준비할 때 쌈디, 그레이가 가사가 좋다면서 파이팅을 많이 해줬다. 편한 마음으로 잘하라고 응원해줬는데, 내가 못했으니. 아쉬움보단 후회가 더 크다.
Q. 분량도 적은데, 몰카 때 눈물까지 흘려서 더 안쓰러웠다.
팀원 중 한 명을 무조건 교체해야 한다는 설정이었는데,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눈물을 흘린 건 아니었다. 눈물을 보인 건 쌈디, 그레이가 우리를 위해서 싸우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서다. 참고 있다가 긴장이 풀리니까 울컥했고, 옆에서 '형 울려고 한다'고 부추기니 더 눈물이 났다.
Q. 시즌6에 또 나갈 생각이 있나.
이번 시즌에 너무 편집을 당해서 망설여진다. 이건 좀 수위가 센 발언일 수도 있는데, 내년에 방송국 국장이 바뀌면 진지하게 출연을 고민하겠다. (웃음). 일단 지금은 최대한 작업물 만들고 공연하면서 지내려고 한다.
Q. AOMG와의 의리가 유독 끈끈해 보인다.
지난 시즌에도 AOMG 팀이었다. 솔직히 방송이니까 끝나면 그냥 끝일 수 있는데, 우정을 계속 유지해주니까 고맙다. 박재범 만큼 의리있는 사람이 없다. 감동 스토리가 하나 있는데, 나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하고 인스타그램에 내 이름을 태그한 적이 있다. '뭐지?' 하면서 봤는데, '니가 알던 내가 아냐' 리믹스 버전 라인업에 내 이름을 넣은 거다. 진짜 너무 감동이었다.
Q. 비와이가 부른 '데이데이'에 얽힌 비화도 있다고.
맞다. 쌈디, 그레이가 "데이데이 형에게 영감을 받아서 작업했다"고 말했는데, 그것도 다 편집됐다. 그래서 나중에 쌈디가 인스타그램에 직접 올렸다. 또 한가지 스토리가 있다. 비와이가 '데이데이'를 녹음한 날 쌈디, 그레이 작업실에 놀러 갔었다. 그때 쌈디가 나에게 "형이 너무 많이 편집됐는데, 이름을 노래 제목으로 쓰면 빼도 박도 못하고 편집도 못 할 것"이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Q. 그러다 진짜 AOMG에 합류하는 거 아닌가.
물론 개인적으로는 들어가고 싶다. AOMG가 아니면 굳이 다른 회사는 들어가지 않을 거다. 차리라 혼자가 편하다. 비록 내가 AOMG는 아니지만, 이미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에 로꼬가 '엔젤' 피처링도 해줬다. 재범이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와주겠다"고 할 정도다. AOMG 식구는 아니지만, 이웃사촌 정도는 된다. (웃음).
Q. 곡 작업은 꾸준히 하고 있나.
아직 확정은 아닌데, EP 앨범을 발매하려고 한다. AOMG 소속 프로듀서 차차말론에게 곡을 몇 곡 받은 상태고, 그 곡들로 작업해나갈 계획이다. 센 랩, 감성 랩, 재밌는 랩 다 보여주려고 한다.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싶다.
최근에는 '쇼미5'에서 1대 1 배틀 때 함께한 양홍원이라는 친구와 작업했다. 그 친구도 방송에서 편집을 많이 당했는데, 그걸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방송에는 안 나왔지만 우리가 진짜 잘했다는 걸 음원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해쉬스완과 작업할 콜라보곡 발표할 때 같이 공개할 수도 있고.
Q. 데이데이 랩의 매력은.
장점은 전달력과 펀치라인이다. 또 아직 한국말이 완벽하진 않지만, 최대한 영어 랩과 한국어 랩을 잘 섞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쇼미4' 때 타블로 형이 "한국어, 영어 둘 다 잘하는 래퍼는 많지 않은데 네가 그중에 한 명"이라고 칭찬을 해줬다. 대선배에게 칭찬을 받아서 엄청 감동했지.
Q. 롤모델이 있나.
너무 AOMG 이야기만 하는 것 같은데, 닮고 싶은 사람은 박재범이다. 매번 새 앨범 낼 때마다 실력이 향상된다. 한계가 없는 친구라는 생각이다. 주위 사람들을 도와주고 이끄는 모습도 멋지다. 동생이지만 배울 점이 참 많다.
Q. 자신의 대표곡을 소개하자면.
가장 좋아하는 건 '니가 알던 내가 아냐' 리믹스 버전이다. 함께 참여한 로꼬, 어글리덕, 박재범 모두 잘했고,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랩을 했다. 또 하나는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MAN정신'이라는 곡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 나의 앞길을 지켜봐 달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나의 첫 행보 같은 노래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쇼미'에서 비중이 작았고 다른 래퍼들에 비해 아직 보여준 게 많이 없지만,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줬으면 한다.
Q. 다음 인터뷰이를 지목해달라.
긱스 릴보이를 지목하겠다. '쇼미4' 때 인연을 맺었고, 지금도 AOMG팀이었던 식케이, 지구인, 릴보이와 함께 만든 단체 채팅방에서 자주 소통한다. 최근 새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