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21·한국체대)을 가리켜 쓰는 단어들이다. 실질적인 에이스를 뜻하는 말이라기보단 미래의 기대주를 뜻하는 단어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수식어가 필요해졌다.
박상영은 10일(한국 시각) 브라질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전에서 게자 임레(헝가리)를 15-14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극적인 대역전극이었다. 10-14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내리 5점을 올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모두가 졌다고 생각했을 때 박상영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대를 몰아쳐 승리를 일궈냈다. 펜싱 '신동'으로 불리던 그가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사실 박상영은 한국 펜싱을 이끌어갈 재목으로 평가받은 선수였다. 박상영은 2012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한국 최초로 금메달을 따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성인무대로 옮겨 그랑프리, 아시안게임 등 국제무대에서 금메달 수확하며 단숨에 스타 선수로 성장했다.
실력을 쌓아가며 탄탄대로를 달리던 박상영. 그러나 결국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3월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박상영은 1년 가까이 재활에 몰두했고 그 사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졌다.
올해 초 부상을 털고 일어났지만 그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 역시 함께 출전한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정진선과 세계랭킹 11위 박경두(32·해남군청)에 비해 주목도 덜 받았다.
그러나 강자는 강자를 알아보는 법. 이번 대회 16강에서 박상영에 패한 랭킹 2위 엔리케 가로조(이탈리아)는 그가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인지 잘 알고 있었다.
가로조는 경기 직후 "박상영은 정말 강했다"며 "그의 세계랭킹이 낮은 것은 부상으로 1년 동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상영의 실력은 랭킹 이상으로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대목이었다.
박상영은 가로조와 경기 이후로도 랭킹 10위, 3위 선수를 연달아 잡아내고 '순위 파괴자'로 거듭났다. 그러나 언제까지 '순위 파괴자'로 남을 수는 없다.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그의 순위 상승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데. 이제 박상영은 '순위 지킴이'로 탈바꿈해야 한다.
올림픽 무대를 평정하고 '신동' 딱지를 뗀 박상영. 그의 펜싱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