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은 10일(한국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인전 결승에서 게자 임레(헝가리)에 15-14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펜싱 첫 메달이자 무려 에페 사상 첫 금메달이다.
극적인 승부였다. 1피리어드를 6-8로 뒤진 채 시작한 박상영은 2피리어드까지 9-13으로 몰렸다. 3피리어드에서도 열세를 만회하지 못한 박상영은 10-14까지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기적은 이때부터였다. 박상영은 차분히 1점씩을 따라붙어 13-14, 1점 차까지 추격했다. 설마 했던 경기장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박상영은 믿기 어려운 2점을 추가하며 대역전 드라마를 마무리했다.
박상영이 일궈낸 기적에 누구보다 기뻐했을 이들이 있다. 바로 박상영을 펜싱의 길로 입문시켜 길러낸 옛 스승들이다.
바로 정순조 경남체육고 감독 겸 경남연맹 전무이사와 현희 진주체육중학교 코치다. 이들은 국가대표 출신 펜싱 부부다. 특히 현 코치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은 물론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에페를 제패한 스타 플레이어다.
현 코치도 "우리 상영이가 정말 자랑스럽고 너무 기쁘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 코치는 "아픈 데는 없는지 컨디션은 어떤지 궁금하다"며 세심한 스승의 마음도 전했다. 박상영은 지난해 왼쪽 전방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올해 초에야 복귀했다.
박상영은 중학교 2학년 당시 체육교사를 겸임하던 현 코치의 권유로 검사의 길에 들어섰다. 금메달 확정 뒤 박상영은 "운동을 좋아했는데 잘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별로 없었다"면서 "그런데 펜싱을 하면서 칭찬도 들어서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 코치는 "상영이는 그저 칼에 호기심을 갖고 친구랑 같이 펜싱을 시작했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펜싱에 파고들며 연습벌레처럼 한 결과가 지금의 금메달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언젠가 한번 일을 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정 감독은 "펜싱 시작한 지 3, 4년 만에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면서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교 3학년 때 선발전에서 1등을 해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돼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도 땄다"고 덧붙였다.
이러다 보니 더 큰 일을 해낼 줄 알았다는 것이다. 정 감독은 "사실 리우로 가기 전 상영이가 '올림픽에 가서 꼭 메달을 따내고 오겠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했다"면서 "그러나 그게 금메달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흐뭇해 했다. 21살의 대표팀 막내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큰 일을 해낸 데는 옛 스승들의 애정어린 뒷받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