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영화보기]
피와 뼈
감독 최양일, 원작 양석일(피와 뼈), 각본 최양일/정의신, 주연 기타노 다케시/스즈키 쿄카/오다기리 죠/아라이 히로후미
주연 배우와 영화의 국적이 ''''일본''''이라는 점 때문에 ''''피와 뼈''''를 종전 한국에서 나름의 인기를 끌었던 잔잔하고 세밀한 일본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런 기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예 이 영화를 보지 않는 편이 낫다.
''한국인''''이라기 보다는 ''''괴물''''을 다룬 영화
영화의 주체는 ''''한국인''''이다. 재일교포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재일교포 감독이 연출을 하고 출연 배우들은 한국인 역할을 연기한다. 영화에서 다루는 내용도 재일 한국인 1세대인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
첫 장면에서는 청년 김준평이 배 갑판 위에서 일본 열도를 바라보는 장면은 보는 이에게 ''''재일 한국인의 정착사''''라는 영화에 대한 조금의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바로 장면이 바뀌어 중년의 김준평(기타노 다케시 분)은 등장부터 충격이다. 아내로 보이는 여자(스즈키 쿄카)를 겁탈하는 장면은 부부 사이임에도 ''''겁탈''''이라는 단어를 쓸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처절하다.
자식들이 보건 말건 아내를 범하며 웃음짓는 김준평의 모습은 그 인물의 성격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임과 동시에 이 영화의 성격을 잘 암시해주는 장면이다.
영화는 이후 계속되는 김준평이라는 인간의 기행을 보여준다. ''''타국에서 살기 때문에 치열한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하다. 동족에 대한 착취와 폭력, 기행으로 얼룩진 장면들은 ''''정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
괴이한 인간을 관찰하는 재미, 그 이상도 이하도 기대하긴 힘들어
간단히 말하자면 그의 의, 식, 주는 모두 기행으로 점철된다. 남의 것을 내것처럼 취하고 먹지 못할 것 같은 것들을 먹는다. 주인 없는 집을 부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거기에 아들과 목숨을 건 주먹질까지 불사하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지 않은가.
결국 ''''피와 뼈''''에 대해 ''''한국인의 이민사''''라고 말하는 것, 혹은 ''''한국인에 대한 오해, 혹은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라는 비판은 절대 적당치 않아 보인다.
단지 영화를 보기 전 김준평이라는 ''''괴물''''로 불리웠던 한 인간의 괴이한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고 스크린을 대해야 할 것이다.
전체의 큰 틀에서 벗어나서 본다면 ''''피와 뼈''''에서는 일본 영화 특유의 잔인한 장면 뒤에 숨은 엉뚱한 듯한 해학과 거칠 것 없는 섹스신, 전혀 예상치 못했던 허망한 결말도 눈에 띈다. 재미라면 재미, 식상함이라면 식상함이다.
''''피와 뼈''''는 지난 2월 25일 개봉, 상영중이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찬호 hahohei@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