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가시화…한은의 통화정책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모습. 자료사진
지난주 나온 미국의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호조를 보이면서 한동안 잠장하던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전망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8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은 동결 전망 우세

한국은행은 예상을 뒤엎고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이주열 한은총재는 기업구조조정 등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밝힌 만큼 현재로서는 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할 뚜렷한 이유는 없다.

경기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지만 성장률과 경제심리 등 지표면에서 완만하게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7%로 1분기 0.5%보다는 0.2% 포인트 높아졌다. 1%를 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저성장이란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1분기보다 좋아졌고, 연간 성장률로 환산하면 3%에 가까은 것이어서 결코 낮은 것은 아니다. 사실, 1%를 넘어설 경우 연간 성장률은 3%대 중반을 넘는다.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3%대 중반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심리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1로 낙관과 비관의 기준선인 100을 석 달 만에 넘어섰다. 제조업체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72)도 넉 달 만에 상승했다.

한은은 이 같은 최근의 경기 흐름이 당초 전망한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기흐름 측면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그 효과도 지켜봐야 한다.

특히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급증세도 문제다. 대출 비수기인 지난달에도 주택거래가 증가하면서 6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67조5천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원 넘게 급증했다. 2010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시장은 이같은 점들을 감안해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96%가 동결을 전망했다.

◇수그러들지 연내 인하론

그러나 연내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하다.

인하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더라도 ‘적정금리’의 측면에서 현행 1.25%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세게 주요 국가들이 유례없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고 있고, 갈수록 이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달러화의 강세 흐름 속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점은 이런 논리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특히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중에서도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점도 주목해 볼 대목이다. 지난 3일 공개된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서 하반기 중 예상되는 경기와 고용의 하방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업구조조정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7월 금통위에서 표면적으로는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사실상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존재했던 것이나 다름 없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도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이번에는 아니더라도 조속한 시일 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낸 셈이고 한달 후인 6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전격 인하됐다.

이같은 학습효과에 근거해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비록 이달에도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심지어 한은이 연내 두 번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는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적지 않다.

여기에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역대 최고 등급인 'AA'로 상향 조정한 것도 금리인하 여력을 높여 주는 측면이 있다.

◇미 금리 변수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에 가장 큰 변수는 기업구조조정과 함께 미국의 기준금리 향배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올릴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은 크고, 그만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높아진다.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로서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주 나온 미국의 고용지표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였다. 7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서비스업 호조에 힘입어 전월에 비해 25만5천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18만명)를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은 전월과 같은 4.9%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고용지표는 물가상승률과 함께 연준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2개의 핵심 지표다. 그만큼 금리를 올릴 조건이 무르익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은 이달 말로 예정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잭슨 홀 연설을 주목한다. 금리인상 시점을 시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연내 금리를 올린다면 12월이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이 많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올해 9월과 11월, 12월 세차례 남겨두고 있지만 미 대선 기간인 11월은 금리조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9월이나 12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다만 9월의 경우 영국과 EU,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완화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만 금리를 올리기에는 부담이 있고, 4.9%인 실업률도 아직은 경기 과열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따라서 미국이 연내 금리를 올린다면 12월이 될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12월이든, 아니면 내년 이후로 미뤄지든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한은에 대한 연내 금리인하 압력은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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