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드 왜곡, 야단치고 싶다"

전경련 지원 규모 묻는 질문엔 "검찰 수사중이라 말 못해"

'관제 시위' 의혹을 받고 있는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추선희(57) 사무총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형사 법정에 희끗한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른 채 안경을 낀 50대 남성이 들어섰다. '관제 시위' 의혹을 받고 있는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추선희(57) 사무총장이었다.

탈북자단체 대표를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추 사무총장은 이날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피고인석에 앉았다. 추 사무총장이 공개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6월 검찰의 소환 조사 이후 46일 만이다.

어버이연합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로부터 자금을 우회적으로 지원 받고,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관제 집회를 열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 4월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됐다.

추 사무총장은 같은 달 22일 서울 종로구 인의동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는 일방적인 해명 기자회견을 가진 이후 한동안 잠적해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어버이연합 '해체설'까지 나왔지만, 어버이연합은 최근 종로구 이화동에 새로운 사무실을 마련하고 이달 말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관제 시위' 의혹을 받고 있는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추선희(57) 사무총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CBS노컷뉴스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추 사무총장과 10여분 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침묵하던 그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낚시"라고 짧게 답했다.


또 어버이연합 해체설에 관해서는 "공중분해된 것이 아니고 돈이 없어서 한 달 동안 '노인 무료급식' 방학을 가졌다"며 "최근 종묘공원 근처에서 다시 무료급식을 시작했다"고 소문을 부인했다.

활동 재개 시점을 묻자 그는 "지금이라도 (거리에) 나가고 싶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도 당당하게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서 하는 것인데, 이를 왜곡시키는 사람들을 야단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서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도와주는 곳이 어버이연합이다. 모 단체처럼 끼어들어서 (이권을) 챙기는 게 아니라 우리는 은행이고 대기업이고 쳐들어가서 싸운다"고 강조했다.

추 사무총장은 또 "나는 '꼴통 보수'가 아닌 진취적인 보수"라며 "검찰 만나서 얘기해봐라. 사비까지 들여가면서 노인 복지하는 미친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사무실의 임대료는 약 170만 원으로 후원금을 통해 마련했다고 했다. 추 사무총장은 "월급 받던 젊은이들을 다 내보냈다. 월급을 못 주니 자기들이 나가겠다고 했다"며 "이거(어버이연합 활동) 하면 돈 버는 줄 아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빚이 6억원"이라고 했다.

전경련으로부터 받은 자금의 규모를 확인해달라고 하자 그는 "뭘 얘기하고 싶어도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데 내가 흘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나중에 설명하겠다"며 말을 극도로 아꼈다.

다만, 전경련 돈이 흘러들어간 벧엘복지재단의 차명계좌 의혹에 대해선 "차명계좌가 아니다. (실소유자가) 어버이연합 지부장이시고, 내가 복지재단 이사로 돼 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어버이연합에 관제 집회를 지시한 인물로 지목된 청와대 허현준(47) 행정관에 대해서는 "현준이에게는 관심도 없다. 저희하고는 관계가 없다"면서 "우리는 누구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추 사무총장은 청와대 지시 의혹을 '소설'이라고 표현하면서 "검찰 결과가 나온 다음에 이야기를 해야지 소설을 쓰면 뭐 합니까. 지금까지 나온 의혹은 다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는 지난주 전경련 이승철(57) 상근부회장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으며, 이달 안에 허 행정관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추 사무총장은 이날 항소심 공판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싸움을 말리지 못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반성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추 사무총장은 지난 2014년 10월 어버이연합 청년단장 윤 모(42) 씨와 함께 모 탈북자단체 대표 A(55) 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8일 오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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