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상담기구 하나 없는 한국교회

목회자 개인 일탈로 보면 해결 어려워..교회 문화 아는 상담기구 만들어야

한국교회 안에는 성폭력 전문 상담기구가 없다. 200년대 초반 이후 인력과 재정 부족으로 상담 활동을 이어가지 못 하고 있다.
라이즈업 무브먼트 전 대표 이동현 목사의 성범죄로 한국교회가 다시 혼란에 빠졌다. 목회자의 성범죄가 드러날 경우 언론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구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정작 대안을 만들어야 할 총회와 연합기구들은 소극적이었다.

한국교회는 목회자들의 성범죄 사건이 드러날 경우 개인의 일탈 문제로 축소하기에 바빴다. 그래서 목사직을 면직 등의 징계를 가끔 내리곤 했다.

이번 이동현 목사의 성범죄도 마찬가지. 이 목사의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 목사 역시 목사직을 사임하고, 라이즈업 무브먼트 대표직을 내려 놓는 등 신속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동현 목사의 성범죄를 개인적 일탈로 볼수록 한국교회는 대안을 마련하기 힘들어진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목사의 성범죄 개인적 일탈로 보면 안 돼"

교회개혁실천연대에 따르면 목회자의 성범죄로 인해 개혁연대에 전화로 상담을 신청한 경우가 2015년 기준으로 15건에 달한다. 전체 전화 상담 181건 중 10%에 가까운 수치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성범죄와 관련한 상담을 한 셈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목회자의 성범죄가 연이어 드러나고 있지만, 한국교회에 제대로 된 성폭력 상담기구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성범죄 피해를 당해도, 상담을 받고 싶어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2000년대 초반 모 단체가 운영하는 성폭력 상담기구가 있었지만, 재정과 인력의 부족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연합기구와 수많은 교단에서도 성폭력 상담기구는 찾아볼 수 없다.

성범죄를 개인적인 일탈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목회자 대부분이 남성이기 때문에 성폭력 상담기구를 만들 생각조차 못 한다. 성범죄를 당한 여성들이 상담도 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 회복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 성폭력 전문 상담기구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마음까지 병들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상담과 회복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목회자들에 의한 성범죄는 목회적 돌봄이라는 명분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심각하고 고질적 병폐라고 볼 수 있다.

김애희 사무국장(교회개혁실천연대)은 "교회 내 성범죄는 대부분 목회적인 돌봄 관계에 있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쪽은 힘이 있고, 한쪽은 힘이 없는 경우에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교회 밖에도 성폭력 상담기구들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 내 구조와 문화를 모르기 때문에 성폭력 문제를 다루기에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교회 내 구조와 문화 잘 아는 상담기구 필요"

실제로 교회 밖에 있는 성폭력 상담기구에서 개혁연대로 전화를 하는 경우가 종조 있다. 교회 밖 상담기구들은 왜 목회자가 단 둘이 상담을 하자고 하는데 여성이 응하는지, 목회자가 여성 신도에게 밤 늦게 전화를 하는지 등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 한다는 게 김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의 상당수가 하나님의 이름을 거론하고, 영적인 딸 운운하는 이야기들을 이들은 이해할 수 없다.

김 사무국장은 그렇기 때문에 교회 내 구조와 문화를 잘 아는 상담기구가 생길 경우, 더 명확한 해결과 회복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목회자의 성범죄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목회자 한 사람의 일탈로 계속 치부하고, 구조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런 범죄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사무국장은 성폭력 상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한국교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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