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질환 탓에 영아원에 맡겨진 아이들을 위해 달리는 테리 라이언(71) 씨의 이야기다.
전북 전주의 한 영어학원에서 일하는 라이언 씨는 지난 4월과 5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
10여 년 전 무릎 수술을 받았고, 고희를 넘겼지만 그가 고된 순례길에 나선 것은 온전히 아이들 때문이다.
항문 폐쇄증을 앓고 태어난 박에스터(13) 양과 폐동맥 고혈압에 시달리는 박현준(5) 군이 라이언 씨의 쉼 없는 발걸음의 원천이 되고 있다.
2010년 전주영아원에서 생활하던 박에스터 양을 알게 된 뒤 라이언 씨는 매년 한 차례 후원금 모금을 위한 장정에 오르고 있다. 첫해 마라톤 대회 출전을 시작으로 전주 삼천변 42.195㎞ 걷기 등을 통해 올해로 6년째 후원금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
올해 에스터 양과 현준 군의 치료비를 위해 모은 후원금은 860만 원. 6년째 마련한 후원금은 2000만 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영어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는 부모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학원에 나오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라이언 씨는 "모든 아이들은 똑같은 기회를 가져야 하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더 많은 기회가 있어야 한다"며 "그 아이들은 도움이 필요하고 우리는 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라이언 씨가 나이 들고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걸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아이들을 돕는 과정에서 아픔도 있었다. 현준 군을 돕기 전에 라이언 씨는 소아암을 앓는 박남산 군을 후원했다. 그러나 2년 전 남산 군은 네 살 어린 나이에 눈을 감았다.
남산 군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라이언 씨는 병상에만 누워있다 숨을 거둔 남산 군을 생각하며 가슴 아픈, 숱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에스터 양이나 현준 군 역시 여전히 건강이 좋지 않고, 더 많은 치료와 그에 따른 비용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에스터가 아니라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네가 되기를 원하는 에스터가 됐으면 좋겠구나."
6년간 키다리 아저씨로 살아온 라이언 씨가 남들과 다른 특별한 아이, 에스터 양에게 건네는 조언이다.
라이언 씨는 9일 전주시장실에서 김승수 전주시장에게 아이들을 위한 후원금 860만 원을 건넸다.
이 자리에서 라이언 씨는 내년에는 부산에서 비무장지대까지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전주시 구간을 함께 걸을까요?"라고 제안했고, 라이언 씨는 "내년에 볼 일이 있을 것 같다"고 맞장구쳤다.
라이언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이들을 위한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