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크리트 속 삶 대신 자연 속에 살던 인간을 기억하자
- 99%의 기후변화 증거를 1%의 예외로 부정하는 사람들
- 다른 종보다 인간이 가장 먼저 사라질 것 같아 걱정
- 기후변화·생물 종 파괴, 어떻게 막지? 교육이 답
- 국립생태원 개장 3년차, 관람객 100만 명씩 유치
- 지구 최초 농사꾼 ‘잎꾼개미’, 세계에서 제일 예쁜 ‘베짜기개미’ 전시
- 한국 국민의 좋은 머리, 따뜻한 가슴 연결하면 기가 막히게 환경문제 풀 것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8월 8일 (월)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 정관용> 정말 무척무척 덥습니다. 왜 이렇게 더울까요?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어서. 그 이유는 환경파괴 때문. 여러분 다 아시죠? 환경문제 하면 누가 생각나십니까? 국립생태원의 최재천 원장님. 이분을 가르친 스승이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 교수인데요. 사회생물학의 창시자라고 불리어집니다. 이분이 쓰신 책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 이게 최재천 원장께서 직접 번역하신 책인데 최근에 재발행됐네요. 이모저모해서 최재천 원장님을 오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재천>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책 얘기부터 우선 시작을 하죠. 이게 원래는 12년 전에 한국에 번역이 됐고.
◆ 최재천> 그렇습니다.
◇ 정관용> 처음 책이 나온 건 96년?
◆ 최재천> 네.
◆ 최재천> 제 지도교수님이라고 해서 너무 하기는 좀 민망하지만 지금 아마 살아계시는 과학자 중에서 가장 유명한 분 중의 한 분이겠죠. 그리고 많은 과학자들이 물론 물리도 있고 화학도 있고 생물에도 이른바 실험실에서 하는 요즘 생명공학이라고 포장이 되곤 하는 그런 분야에 있는 분들 많지만 사실은 따지고 보면 연구비도 많지 않고 어떻게 보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제일 중요한 과학이라고 여기지 않던 생태학, 진화학, 사회생물학 이런 분야에서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는 그런 과학자가 있다는 게 참 대단한 거죠.
◇ 정관용> 사회생물학의 창시자 에드워드 윌슨. 96년도에 나온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 제가 그 한국어판 서문을 보고 가슴이 쾅 쳐지더라고요. 인간 기록의 역사 1만년인데 인간의 역사를 1만년으로 보지 말고 진화, 즉 유전적 진화와 문화가 어우러진 역사로 바라보자. 그러면 최소한 그게 10만년, 20만년 이렇게 가는 거 아닙니까?
◆ 최재천> 최근 정보에 의하면 적어도 20만년.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최재천> 어떤 분들은 한 25만년. 그런데 사실은 저는 제가 쓴 책에는 또 비슷한 내용을 저는 어딘가에서 또 더 과장한 것도 있습니다. 사실은 이게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호모사피엔스가 20만년, 25만년 된 건데 그전에 우리가 다른 형태의 호모가 또 여럿 있었잖아요.
◇ 정관용> 있었죠. 네안데르탈인 등.
◆ 최재천> 네안데르탈인도 있고 다 있었으니까 사실은 침팬지와 공동 조상에서 갈려 나온 이래로 우리 쪽 라인은 사실 전부 어떻게 보면 큰 의미의 인간이잖아요. 그 역사, 적어도 그 역사 다 거슬러 올라가야 우리의 본성을 제대로 이해할 거니까 그건 적어도 한 500만년, 600만년 됩니다.
◇ 정관용> 그런 시각으로 인간의 역사,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다는 것이 오늘날 갖는 의미가 뭡니까?
◇ 정관용> 많이 하죠.
◆ 최재천> 역사학과 선생님들 보면 가끔 참 어떻게 저렇게 좁은 생각을 하시면서 역사를 하실까.
◇ 정관용> 사료가 이게 맞느냐, 틀리느냐.
◆ 최재천> 네.
◇ 정관용> 있냐, 없냐.
◆ 최재천> 시기도 되게 구분하시잖아요. 17세기에 하시는 분이 18세기로 안 넘어오시고 또 독일사하는 분이 프랑스사로 안 가시고. 갔다가는 큰일 나니까. 이게 역사가 그렇게 해서는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래서 제가 그분들한테는 ‘제가 역사학자입니다’ 그러면 처음에는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그런데 그분들은 기껏해야 몇 백 년 전의 역사, 좀 많이 올라가봐야 몇 천 년 전의 역사를 얘기하시는데 저 지금 500만년 역사를 얘기하고 있거든요. 이게 이해의 차원이 확 다른 거죠. 어느 게 옳다, 그르다를 제가 얘기하는 게 아니고요.
◇ 정관용> 그렇죠. 차원이 다른 거죠.
◆ 최재천> 굉장히 먼 그런 근원적인 역사를 우리가 봐야 되는 거 아니냐.
◇ 정관용> 그러니까 결국 인간의 역사는 자연 속으로부터 온다.
◆ 최재천> 네.
◇ 정관용> 그것이 갖는 함의. 인간의 역사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다, 이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다. 이것이 갖는 함의가 도대체?
◆ 최재천> 지금 현대인들은 우리가 살아온 게 불과 몇 십 년밖에 안 돼서 그런지 교육을 잘못 받아서 그런지 우리는 자연과 전혀 상관없는 존재로 자꾸 스스로 생각하고 살잖아요. ‘저 자연’ 이렇게 얘기하는데 우리가 저 자연에서 떨어져 나와서 도시라는 걸 형성하고 여기 산 지는 진짜 얼마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 옛날 저 자연 속에서 살던 우리, 그 우리가 지금 우리랑 유전적으로는 변한 게 거의 없다는 거거든요.
◇ 정관용> 똑같죠.
◆ 최재천> 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우리의 유전적 성향은 그 자연 속에서 살던 그때 모든 게 다 형성이 됐을 텐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지금 이 콘크리트 속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행동을 이해하기는 참 어려울 거다 하는 게 결국은 윌슨 교수님을 포함한 인간의 진화생물학을 하는 사람들의 일관된 주장이죠.
◇ 정관용>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서문 다시 한 번 얘기하는데 이게 75년부터 93년 사이에 쓰여진 에세이들을 모은 책인데요. 이게 이렇게 쓰셨어요. 75년부터 93까지라고 쓰였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더 크다. 왜냐하면 절박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뭐라고 하시냐면 세계 곳곳 자연환경이 아무 생각 없이 파괴되고 있고 수백만 년 버텨온 종들이 절멸하고 있다. 이렇게 쓰셨거든요. 이게 75년에서 93년을 말씀하신 건데 사실 93년부터 지금까지는 훨씬 더 많이 파괴되고 훨씬 더 많이 종, 절멸된 것 아닌가요?
◆ 최재천> 그렇습니다. 지금 점점 빨라지고 점점 광폭 현상이 일어나는데요. 그래도 차이점은 하나 있습니다.
◇ 정관용> 뭐요?
◆ 최재천> 이런 얘기를 우리가 이제는 굉장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뭔가 해 보려고, 이걸 멈추려고 하는 노력이 지금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 정관용> 일어나고는 있지만 종, 절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지 않습니까?
◆ 최재천> 네.
◇ 정관용> 윌슨 교수의 마음으로 보면 지금은 절박감을 넘어서 거의 뭐라고 해야 할까요?
◆ 최재천> 절망감이 있겠죠.
◇ 정관용> 참. 그러다 보니까 우리 일부분인 자연이 그렇게 파괴되다 보니 지구가 뜨거워지고 우리가 이렇게 더운 것 아닙니까?
◆ 최재천> 그렇습니다. 아마 우리가 저지른 이걸 두고는 참 이상하게 기후변화를 놓고는 그렇게 말들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지금 미국에서 대통령 되겠다고 날뛰는 참 이상한 양반이 하나 있잖아요.
◇ 정관용> 트럼프.
◆ 최재천> 트럼프라는. 그 양반이 거의 대표 주자 중의 하나인데. ‘아니, 기후변화라더니 지구온난화라더니 어느 해 겨울에 이렇게 춥냐’ 그러면서 앨 고어 노벨평화상 박탈하라고.
◇ 정관용> 바보 아닙니까? (웃음)
◆ 최재천> 무식의 극치. (웃음) 이게 트렌드라는 걸 이해를 못하는 거죠. 통계적인 현상이라는 걸 이해를 못 하고 한 해 추우니까 ‘아, 이게...’ 이러면서.
◇ 정관용> 무슨 온난화냐.
◆ 최재천> 그런데 이상하게 기후변화에 관해서는 그렇게 딴죽 거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게 몇몇 학자들의 음모다 하는 식으로 음모론이 굉장히 많은데.
◇ 정관용> 증거가 다 있는데도요?
◆ 최재천> 그렇죠. 증거를 아무리 많이, 그러니까 99%의 이런 증거들을 꺼내놔도 1%를 가지고 이렇게 꼬투리 잡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 정관용> 대부분 돈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죠?
◆ 최재천> 결정적으로 그 모든 게 다 돈이라는 그런 책도 최근에 또 나왔습니다.
◇ 정관용> 돈 벌려고 ‘자연파괴? 아니다. 자연을 더 좋게 개발하는 거다’ 이런 식으로 하는 것 아닙니까?
◆ 최재천>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결국 그렇게 지구 뜨거워지고 종 살아지면 인간이 살 수 있나요?
◆ 최재천> 우리 인간 중에서도 생물학자들이 쓸데없는 짓을 잘하거든요. 저희가 내기를 잘하는데요. 결론을 도저히 알 수 없는 내기도 막 해요. 그런데 그게 인간이 과연 멸종할 것이냐,이런 것. 멸종을 하면 또 언제 할 거냐. 그래서 구체적으로 만약에 우리가 지구에서 지금 20만년을 살았는데 20만년을 더 살 수 있느냐. 이거 내기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중에 20만년 버틸 놈이 아무도 없는데 그런데도 또 내기를 해요. 그런데 저는 20만년은커녕 잘못하면 1만년, 잘못하면 몇 백 년 안에 갈 수도 있다. 제 생각에 이 상태로 자꾸 가다 보면 다른 종들이 사라지는 것보다도 우리가 사라지는 걸 걱정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우리가 먼저 갈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우리가 꼴에 ‘아, 이거 다른 애들은 어떡하냐’ 이렇게 걱정하고 있는데 우리 걱정부터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솔직히 인류가 멸망하면 지구한테는 더 좋은 거 아닙니까?
◆ 최재천> 아이고, 다들 아마 거리로 나와서 축제를 벌일 겁니다. ‘그놈의 자식들 진짜 잘 갔다’ 그러고.
◇ 정관용> 거리는... 아, 그들의 거리, 개미의 거리, 오리의 거리.
◆ 최재천> 오히려 지금은 우리가 대로 이런 걸 다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가 사라지면 아마 멧돼지, 노루 얘네들이 다 내려올 거예요. ‘그 자식들 가고 나니까 참 편안하고 좋네. 차도 안 다니고 이게 얼마나 좋아’ 그럴 것 같아요.
◇ 정관용> 조금씩 조금씩 이런 논의, 기후변화 또 종 파괴 이것이 인류에게는 정말 치명적이다. 이런 얘기들이 시작은 되고 있으나 진척이 안 된다.
◆ 최재천> 네.
◇ 정관용> 최 원장님이 그런 말씀 하셨는데. 이걸 좀 빠른 속도로 진척시키게 할 무슨 방법 없나요?
◆ 최재천> 그러니까 이게 무슨 충격요법 같은 거라도 좀 있어야 되지 않을까.
◇ 정관용> 어떤 게 있을까요?
◆ 최재천> 윌슨 교수님 같으면 숫자를 많이 얘기하십니다. 책에 보면 이 상태로 가면 1년에 몇 개씩 사라지고 그러다 보면 몇 년도면 몇 %가 사라지고 이렇게 충격을 주면 사람들이 좀 겁을 먹을 줄 알았는데 그게 지금 잘 안 통해요. 아무리 해도. 그런데 제가 지금 하나 이렇게 관찰을 해보면 기후변화랑 지금 윌슨 교수님이 얘기하는 건 기후변화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생물이 사라지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계시잖아요. 기후변화랑 이 생물이 사라지는 생물다양성의 고갈이랑은 이상하게 같이 일을 해보면 둘이 굉장히 달라요. 기후변화는 학자가 얘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까 시작하실 때부터 덥다고 막 얘기하셨잖아요.
◇ 정관용> 다 느끼잖아요.
◆ 최재천> 저는 옆에서 그냥 ‘기후변화입니다’ 이렇게 얘기만 하면 ‘그러게 말이에요’ 맞장구가 쳐져요. 그런데 생물들이 지금 다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게 매일매일의 삶에서 피부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출근할 때, 퇴근할 때 내 눈 앞에서 누군가가 멸종하는 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학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알려도 이게 잘 안 통해요. 그런데 어떡하겠습니까? 충격요법도 써보고 다 해 봤는데 제 생각에는 결국은 교육이겠죠. 끊임없이 정말 어린 친구로부터 자꾸 이런 문제를 가지고 함께 토론하고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함께 토론하고 하다 보면 그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주인이 됐을 때, 한 앞으로 10여 년, 20년 그때는 좀 뭐가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바람으로 삽니다.
◇ 정관용> 그리고 정치와 정책의 중요성도 큰 것 아닙니까? 이런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이 정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이란 관점에서 정책을 재설계하고 리모델링할 것들이 많지 않습니까?
◆ 최재천> 불행하게도 그분들이 제일 느린데 어떡합니까? 아마도 그분들은 당장 4년 뒤에 표를 얻어야 되시는 분들이고 이러다 보니까 지금 당장 경제문제가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되는 세상의 환경문제보다 더 급하신가 봐요. 그래서 저도 지금 정부기관에서 일하고 있어서 참 이런 얘기를 대놓고 너무 심하게는 못하는데 정부가 제일 느려요.
◇ 정관용> 제일 느려요?
◆ 최재천> 제가 보기에는 우리 시민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요, 제 판단에 의하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슈를 다 이해하고 있고.
◇ 정관용> 환경문제 특히 이런 것.
◆ 최재천> 네. 다 충분히 공부하고 있고. 사실은 제가 미국에 가서 미국 친구들이랑 이렇게 얘기하다 보면 이 친구들 너무 몰라요. 어떤 문제들은. 왜 우리가 이런 재활용해야 하는지 이런 거. 재활용도 실제로 안 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그걸 왜 해야 하는지를 이해를 못해요. 그런데 우리 국민은 재활용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거예요.
◇ 정관용> 맞아요, 맞아요.
◆ 최재천> 다 알고 있어요. 다만 이게 좀 귀찮은데 정부가 좀 정책적으로 이걸 하면 좋게끔만 조금 해 주면 누구나 다 하실 텐데 우리 주부들 집에서 그 귀찮은 집안일 하면서도 다 분리수거하고 그거 얼마나 철저하게 해요?
◇ 정관용> 저는 분리수거는 제 담당이거든요.
◆ 최재천> 그러세요?
◇ 정관용> 그래서 제가 잘 압니다. (웃음)
◆ 최재천> 그러니까 우리는 그렇게 하는 국민인데 이게 어떻게 된 게 이상하게 정부와 정치권이 오히려 늦어요.
◇ 정관용> 국민이 정치를 또 만드는 거니까. 우리 국민들이 지금 원장님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인식 수준에서 앞으로 모든 선거에는 이 환경 이슈를 좀 중심으로 이렇게 했으면 좋겠고요.
◆ 최재천> 그렇게 되겠죠, 앞으로?
◇ 정관용> 만들어야죠, 그렇게. 국립생태원 원장 맡으신지 지금 벌써 몇 년이죠?
◆ 최재천> 지금 3년째입니다.
◇ 정관용> 3년. 그래도 정치와 정부가 늦긴 하지만 이런 것 만드는 것 그래도 잘한 것 아닙니까?
◆ 최재천> 그럼요. 저는 대한민국 정부에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 순간에 이렇게 국립생태원이라는 좋은 기관을 만들어주셔서.
◇ 정관용> 주로 하시는 일 조금만 소개해 주시고요.
◆ 최재천> 저희는 알려지기를 저희가 지난 2년 동안 그 촌구석에서, 충남 서천이 참 촌이거든요. 거기에서 해마다 관람객 100만 명씩 유치하는 대박을 치는 바람에.
◇ 정관용> 100만명?
◆ 최재천> 네. 1년에 100만 명씩 오셨습니다.
◇ 정관용> 아, 그래요?
◆ 최재천> 이건 장난이 아니거든요. (웃음) 주말에 한 1만 명이 오시면 교통대란이 일어납니다. 그 동네에. 그런데 그렇게 매 주말 해본들 52만 명이더라고요. 제가 계산해 보니까.
◇ 정관용> 그렇죠. 52주니까.
◆ 최재천> 그 2배를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겁니다.
◇ 정관용> 대단하네요.
◆ 최재천> 그래서 참 제 입으로 이렇게 자랑하기가 민망하지만 저희가 굉장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너무 많은 분들이 저희가 그냥 전시기관인 줄 아시는데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연구기관이고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연구기관이고요. 그 연구를 바탕으로 전시도 하고 대국민 교육도 하고 하는 그런 기관입니다.
◇ 정관용> 그렇죠. 연구의 결과를 가지고 전시가 기획되면 일반 국민, 시민들은 전시된 내용을 보면 복잡한 연구는 몰라도 전시된 것 딱 보면 ‘아, 이게 이래서 이렇게 소중하구나’ 깨닫게 하는.
◆ 최재천> 정확하게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그겁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지금도 무슨 세계적인 개미 전시전? 하고 계시죠?
◆ 최재천> 네. 또 제가 팔불출 짓을 하는 것 같은데. ‘잎꾼개미’라는 개미가 있는데요. 이파리를 끊어다가 그걸로 퇴비를 만들어서 버섯을 경작해 먹는 지구 최초로 농사라는 걸 개발한 동물이 이 개미거든요.
◇ 정관용> 조그맣게 입을 잘라서 하나씩 물고 쫙 줄지어 가는.
◆ 최재천> 네.
◇ 정관용> 그런 화면은 많이 봤어요.
◆ 최재천> 그걸 오시면 저희 그냥 바로 눈앞에서 그 전 과정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그야말로 다이나믹하게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전 과정이라면.
◆ 최재천> 이파리를 잘라서 그걸 물고들 집으로 오는 과정을 제가 한 10m를 끌어놨거든요. 그래서 우리 개미들을 한 10m를 다닙니다. 그래서 와서는 거기서 버섯을 경작하는 그 모습도 다 볼 수 있고요.
◇ 정관용> 버섯까지?
◆ 최재천> 네.
◇ 정관용> 그 개미를 다 키우신 거예요? 아니면 어떻게 하신 거예요?
◆ 최재천> 처음에 남미에 베네수엘라 바로 위에 트리니다드토바고라고 섬나라, 조그만 섬나라 있잖아요. 거기에서 잡아다가 그걸 또 비행기에 태워서 영국으로 모셨다가 영국에서 비행기 태워서 와서 처음에는 아이 주먹만 한 버섯덩어리하고 여왕님하고 일개미 한 몇 천마리하고 이렇게 모셔왔는데 지난 한 반 년 전에 와서 지금은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농장이 커져서요. 어마어마하게 지금 농사 잘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몇 천 마리 모셔온 게 지금 그러면?
◆ 최재천> 지금은 몇 만 마리 수준으로 몇 십만 마리 수준으로 됐고요.
◇ 정관용> 최재천 원장님이 직접 가서 이렇게?
◆ 최재천> 제가 직접 잡고 싶었는데 그건 못 했습니다. 잎꾼개미는 유럽이나 북미 쪽으로 여행하시는 분이면 아마, 우리나라 분들이 외국에 나가면 외국 자연사박물관 많이들 가시잖아요. 자연사박물관에 가면 웬만한 데 다 있습니다. 아주 인기상품인데.
◇ 정관용> 그렇죠.
◆ 최재천> 대개 그저 한 뼘, 한 팔 정도로 전시해놨어요. 그런데 제가 10m를 쫙 뽑아놨거든요. 그래서 아마 세계 최대 규모일 거예요, 제가 아는 한. 그리고 한 몇 달 전에는 두 달 전인가. 호주 북부에서 세상에서 아주 제일 예쁜 개미. 개미 세계의 표지모델이라고 저희가 늘 그러는데요.
◇ 정관용> 뭡니까, 이름이?
◆ 최재천> ‘베짜기개미’라는 개미인데요. 표지모델이라는 뜻이 진짜 표지모델인 게요, 웬만한 개미 책에는 걔네들이 다 표지에 나옵니다.
◇ 정관용> 제일 예쁜가보죠?
◆ 최재천> 제일 예쁩니다. 다리도 길고 거기다가 몸이 초록색입니다.
◇ 정관용> 초록색 개미?
◆ 최재천> 초록색 개미는 그렇게 흔하지 않습니다. 진짜 귀한데.
◇ 정관용> 저는 못 본 것 같은데요.
◆ 최재천> 우리 생태원에 오시면 그 초록색 개미들이 이파리들을 이렇게 가까이 끌어당겨서 그걸 실로 엮어서 방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서 사는 모습을.
◇ 정관용> 집 짓는 게 보통 땅 파서 굴 파는 줄 알았더니. 잎으로 집을 지어요? 건축가들이군요?
◆ 최재천> 맞습니다. 그런 장면을, 그걸 하려고 그러면 이파리들이, 왜 나무 같으면 이파리들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되어 있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최재천> 그걸 가까이 끌어당겨야 되니까 앞에 놈이 이파리 끝을 물고 그 놈의 그 가는 허리를, 오죽하면 개미허리라고 그럽니까? 그 가는 허리를 뒤에 놈이 입으로 물면 또 그 놈의 허리를 뒤에 놈이 또 물고. 그래서 바디체인을 쫙 만들어서 이런 체인들이 열 몇 체인들이 있는데. 이게 일사불란하게 누군가가 구령을 부르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저희가 한 20년 연구했는데 구령소리 못 들었거든요. 그런데 하여간 한쪽으로 쫙 잡아당긴 다음에 애벌레가 고치를 틀 때 자기 몸을 실크로 감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최재천> 그 애벌레를 한 마리 데려다가 입으로 물고 일개미가 이쪽 찍고 이쪽 찍고 해서 이걸 엮는 거예요. 그게 바로 베나 모시를 짤 때 북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해서 영어로는 weaver ant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제가 베짜기개미다.
◇ 정관용> 그래서 베짜기군요.
◆ 최재천> 네. 그런데 제가 요즘 통탄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왜요, 왜요?
◆ 최재천> 이게 벌써 베짜기개미라는 이름을 붙인 지가 십 몇 년이 됐는데 그때는 국립생태원도 없었고요. 제가 충남 서천에 와서 살 줄은 차마 꿈에도 몰랐는데 우리 충남 서천에 제일 큰 자랑거리 중의 하나가 한산모시입니다.
◇ 정관용> 맞아요.
◆ 최재천> 그럼 거기 오시면 지금도 한산모시관에서 무형문화재 아주머니들이 옛날 방식으로 모시를 짜고 있습니다. 이걸 알았으면 제가 ‘모시짜기개미’라고 할 걸. 아이참.
◇ 정관용> (웃음)
◆ 최재천> 저희가 요즘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베짜기개미도 바로 그렇게 잎 당기고 하는 모습을 다 볼 수 있다?
◆ 최재천> 그렇습니다.
◇ 정관용> 볼거리가 참 많군요?
◆ 최재천> 그럼요.
◇ 정관용> 하루에 다 볼 수 있나요?
◆ 최재천> 하루에 어떤 분은 빨리 보시는 분은 15분에도 보시더라고요.
◇ 정관용> 그건 말이 안 되죠.
◆ 최재천> 그런데 잘 보시려면 한 대여섯 시간 걸리셔야 보실 거예요.
◇ 정관용> 아이들한테 특히 좋을 것 같고요.
◆ 최재천> 더운 여름에, 저희 극지관도 있거든요.
◇ 정관용> 추운 데?
◆ 최재천> 펭귄이 있는. 거긴 진짜 추워요. 오시면 시원하게.
◇ 정관용> 피서가 저절로 되겠네요.
◆ 최재천> 그렇습니다.
◇ 정관용> 여름 프로그램 이런 것처럼 있으실 거고.
◆ 최재천> 거기 시원한 물 터널도 만들어놨고요. 야자 전시회를 지금 하고 있습니다. 여름에 열대지방의 제일 대표적인 식물인 온갖 야자식물들을 지금 한 곳에 쫙 모아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이 생태원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많은 이런 생태 관점의 연구와 교육 등등을 통해서 우리들의 삶이 바뀌어야 그나마 조금 살 만한 세상, 더워서 아주 헉헉대는 세상이 아닌 그런 세상 우리가 만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 최재천> 그게 우리나라는 더 절박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는 기본적으로 국토가 너무 좁고.
◇ 정관용> 인구는 많고.
◆ 최재천> 인구는 많고. 그러다 보니까 미국 같은 나라야 조금 천천히 해도 한쪽 구석에서 산업화가 아무리 벌어져도 로키 산맥 근처로 얼마나...
◇ 정관용> 도망칠 데가 있다 이거죠.
◆ 최재천> 그렇죠. 그런데 우리는 사실.
◇ 정관용> 갈 데가 없어요.
◆ 최재천> 네. 옴치고 뛸 곳이 없는 작은 나라여서 아마도 이런 문제를 저는 이런 희망을 갖고 있어요. 이런 환경문제를 제일 슬기롭게 먼저 풀어낼 나라가 저는 우리나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이 좋은 머리로 우리가 가만있지는 않겠죠. 이제 여기에 좋은 머리에 이 따뜻한 가슴만 연결이 되면 저는 우리 국민이 기가 막히게 멋진 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미국에서 오래 살아봤는데 미국에서는 뭐가 하나 결정되는 과정도 참 오래 걸리고 결정이 되고 난 다음에 이걸 또 알리는 과정도 되게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일단 결정이 되고 그게 설득이 되면 모든 사람들이 ‘오 그래!’ 그럼 그때부터 확, 그냥 초스피드로 우리는 이행하잖아요.
◇ 정관용> 맞습니다, 맞습니다.
◆ 최재천> 그래서 저는 언젠가 우리 국민들이 이런 것들을 지금 머리로 이해하기 시작하셨어요. 이게 언젠가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기 시작하면 저는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멋진 생태 국가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저는 듭니다.
◇ 정관용> 갑자기 우리 대한민국이 ‘민주화와 산업화를 짧은 시간에 동시에 이룩한’ 이랬는데 이제 우리는 과제가 생겼습니다. 민주화와 산업화, 생태화를 동시에 이룬 대한민국.
◆ 최재천> 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최재천 원장님과 함께 같이 만들어보겠습니다.
◆ 최재천> 네.
◇ 정관용>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최재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