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은 8일 일본 궁내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차츰 진행되는 신체의 쇠약을 생각할 때 지금처럼 몸과 마음을 다해 상징적으로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래처럼 무거운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 곤란하게 된 경우 어떻게 처신할지를 생각해 왔다"며 생전 퇴위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1933년생인 아키히토 일왕은 1989년 즉위했으며 2003년 전립선암 수술, 지난해 2월 협심증 증세에 따른 관상동맥 우회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8월 15일 전몰자 추모식에서는 묵념 순서를 빠뜨린 채 추도사를 낭독하기도 치매 등 건강이상설이 제기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까지 125명의 일왕 중 재임 중 퇴위한 사례는 절반에 가까운 59명이다. 가장 최근에는 에도시대였던 1817년 고카쿠 일왕이 재임 중 물러난 바 있다.
아키히토 일왕의 이같은 메시지에 대해 아베 신조 총리는 “국민에 대한 일왕의 입장 표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왕실 관련 법률인 ‘황실전범’이 일왕의 종신 재위를 전제로 1947년 제정된 점을 고려해 일왕 조기 퇴위에 따른 후속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황실전범은 일왕이 살아 있는 동안 퇴위할 경우 왕위 계승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하면 왕위계승 1순위는 나루히토 황세자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치권에서는 황실전범을 개정하거나 또는 황실전범을 유지하되 아키히토 일왕의 사례에만 적용하는 특별법 제정 등의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