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약물파동' 박태환, 명예회복 가능할까

자유형 400m 우승한 호튼 "약물 사기꾼" 비난… 남은 3종목서 실력 증명해야

400M 자유형 예선에 출전한 박태환이 6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수영장에서 경기를 마치고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박태환은 예선기록 전체 10위에 머물면서 8명이 출전하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약물 파동으로 벼랑 끝까지 내몰린 박태환(27), 명예회복까지는 이제 3종목만 남았다.

7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은 예선 6조 4위에 그쳐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이날의 주인공이 된 맥 호튼(20·호주)은 3분 41초55를 기록하며 금메달의 명예를 안았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호튼은 은메달을 받은 쑨양(25·중국)과 박태환 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약물 사기꾼(drug cheat)에 대한 존중을 보여줄 시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 전부터 쑨양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던 호튼은 결승전을 마친 뒤에도 다른 선수들과는 축하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쑨양과는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호튼은 "이것은 단순히 쑨양에 관한 질문이 아니다. 나는 양성 판정을 받은 선수들이 계속해서 경쟁에 참여하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호튼의 '일침'에 우리 국민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18개월 동안 제대로 훈련도 못 한 채 나라를 위해 봉사하러 나선 박태환을 새파란 후배가 모욕했다"며 반발하는가 하면, "약물 징계가 풀리자마자 대한체육회와 불화까지 일으키며 올림픽에 출전한 박태환은 대한민국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수영대표 박태환이 6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테디움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경기 출발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박태환은 예선기록 전체 10위에 머물면서 8명이 출전하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앞서 박태환은 2014년 9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도핑테스트 결과 양성 반응 결과를 받아 1년 6개월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번 리우올림픽을 앞두고도, 징계가 종료된 지난 3월을 전후로 박태환의 국가대표 출전을 놓고 대한체육회와 박태환 간의 첨예한 대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체육회는 사문화된 규정을 들이대다 이중처벌 논란을 자초했다. 박태환의 스승인 노민상 코치는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태환이 기여한 공로가 있으니까 대한체육회가 내규를 바꿔서라도 기회를 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시대착오적 주장을 펼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해석은 각자 다르겠지만, 호튼의 발언과 그에 대한 국민의 엇갈린 반응 자체는 한때 '마린보이'로 불리며 한국 수영의 역사를 새로 썼던 박태환의 명예가 약물에 손을 대면서 어디까지 추락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박태환이 복용했던 약물은 남성호르몬제인 '네비도'로, 근육증가량을 높여주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주재료다.

검찰 조사에서 박태환은 적발되기 이전부터 네비도를 수차례 투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당시 박태환에게 진료했던 병원 측은 박태환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아 네비도를 주사했다고 주장했다. 신체는 남성호르몬이 충분히 높으면 자체생산량을 줄인다.

박태환이 단 한 번 실수한 것이 아니라, 선수 경력 내내 약물을 통해 남성호르몬을 지속적으로 외부 투입했다는 의혹이 자연스레 따라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1930년대부터 금지된 도핑계 최상위급 금지약물이다. 운동능력 상승효과와 무관한데도 격렬한 훈련과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금지된 약물이 아니라, 복용 자체가 부정행위로 판단될 만큼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는 약물이기에 금지된 것이다.

박태환이 이제까지 쌓아 올렸던 올림픽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 아시안게임 3관왕 및 아시아 신기록 수립 등의 성적은 전인미답의 경지였다. 하지만 도핑 파문 이후 모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여있다.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온 박태환으로서는 이번 올림픽이야말로 약물 복용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신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줄 기회다. 하지만 이번 자유형 400m에서는 본선 진출마저 실패하면서 '그동안의 좋은 성적이 약물 탓인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제 박태환이 출전할 남은 종목은 오는 8일 예선 경기를 치를 자유형 200m와 자유형 100m, 자유형 1500m 등 3가지 종목이다. 그동안 박태환이 거둔 값진 성과를 모두 약물에 공을 돌려야 할지, 아니면 박태환이 흘린 땀방울에 대한 보상인지를 스스로 증명할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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