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수화물 노동자' 무더기 해고…'갑질' 논란

포스코ICT,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계약 해지'…수화물 처리 '차질' 우려

인천국제공항 ‘수화물 대란’의 책임이 있는 포스코ICT가 이번에는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갑질 논란'에 빠졌다.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ICT는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때부터 인천공항공사와 수하물처리시스템(BHS :Baggage Handling System) 유지·보수 용역 계약을 체결해 지금까지 16년째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포스코ICT는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때부터 인천공항공사와 수화물처리시스템(BHS :Baggage Handling System) 유지·보수 용역 계약을 체결해 지금까지 16년째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황진환 기자)
◇ 수화물처리시스템 기계 부문 하청노동자 152명 집단 해고 통지

포스코ICT는 지난달 11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수화물처리시스템의 핵심인 기계부문 유지·보수 하도급 계약을 맺은 미래엔비텍(78명)과 세화기계(74명)에 대해 8월 31일부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하도급업체와의 계약 기간이 아직 2년이나 남았는데도 올해 1월 수화물 대란 때도 바꾸지 않았던 하도급 업체들과 계약을 서둘러 해지한 것이다.

두 회사 하청노동자 152명에게도 지난달 말 '해고 예고 통지서'가 전달됐다.

포스코ICT 관계자는 “제2의 수화물 대란을 막기 위한 업무 효율화 차원에서 기계와 전기제어부문을 통합 운영하기 위해 두 업체와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포스코ICT는 계약 만료기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기계 부문에 대한 신규 하도급계약을 아직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칫 수화물처리시스템 운영 차질도 우려된다.

포스코ICT의 행보에 대해 ‘차별적 처우를 시정해 달라’는 하청업체 노동자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수화물처리시스템 유지·보수업무에 대한 총괄 업무지시는 포스코ICT가 하청업체들의 인천공항 현장대리인에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과업내용서에 따르면,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충원과 배치, 업무분장, 지휘감독, 교육훈련 등의 권한과 의무도 포스코ICT에게 있다.

재하청업체인 미래엔비텍 관계자가 4월 12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A씨 부당전보사건’ 심문회의에서 “인원수를 줄이거나 늘리거나 이런 결정조차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실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천국제공항 수화물처리기계를 정비하는 하청노동자들.
◇ 포스코ICT, '차별 시정' 요구하자 '프로세스 수정한다'며 계약 해지 의혹

‘포스코ICT는 사용사업주이고 미래엔비텍 등 하도급업체들은 파견사업주에 불과한데도 임금과 수당, 해고 등에서 두 회사 직원 사이에 상당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엔비텍 노동자 A(38)씨는 이런 이유로 6월 1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포스코ICT를 상대로 ‘차별적 처우 시정 신청’을 제기했다.

A씨는 “신속한 수화물 처리로 항공기 정시운항을 위해 노력해온 재하청 노동자들이 지금 ‘불투명한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악화’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평등노동법률사무소 김민 대표는 “차별시정제도를 통해 용역계약이 아닌 파견계약으로 확인되면, 포스코ICT는 사용사업주로서 차별임금을 바로잡고 2년 이상 근무한 파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의무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스코ICT가 이런 부담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2년이나 남은 하청회사와의 용역계약을 서둘러 파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도급업체 7곳을 둔 포스코ICT는 노조활동에 대해서도 극히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ICT는 2009년에 작성한 ‘하도급 운영계획’에서 “하도급 업체를 여러 개로 나누어 관리하면서 파업 등 노사분규 등에 대비한 업무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ICT를 상대로 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 신청'을 제기한 A씨는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 노동위원회 '원직 복직' 판정도 무시하며 노조활동 경계

실제로 포스코ICT는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하청노동자의 복직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0일 미래엔비텍 노동자 A씨에 대해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원직 복직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기존 용역대금으로 복직자 임금을 지급하고 상주시켜도 되느냐’는 미래엔비텍의 질의에 대하여 포스코ICT는 ‘계약 인원 외 직원 상주는 불가하다’고 답해 사실상 ‘거절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이는 노동위원회의 복직 판정을 무시한 태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ICT는 "인천공항이 국가시설인데다 공항공사가 분기마다 계약 인건비 지급 실태를 평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답변이었다"고 해명했다.

A씨는 결국 경북 상주 생산공장으로 발령이 났고 이를 거부하자 또다시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 역시 최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회사 측의 조치는 부당전보와 부당징계’라는 판정이 내려졌다.

A씨는 해고 두 달 전쯤인 지난해 6월, 처우 개선을 위해 동료들에게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에 가입할 것을 주도적으로 권유한 적이 있다. 또 인천공항공사 감사실에도 부조리 신고를 했다.

A씨는 ‘나에 대한 해고와 지방 발령, 징계 등은 모두 노조활동과 내부 고발에 대한 보복 성격이 강하다“며 "포스코ICT가 나에 대해 채용거절권을 행사해 복직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ICT가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의 채용과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하도급업체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ICT는 이에 대해 “A씨의 해고와 지방발령, 징계 등은 모두 하도급업체인 미래엔비텍의 자체 판단으로 결정됐다”면서 “A씨의 차별 시정 신청과 미래엔비텍에 대한 계약 해지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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