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밑 3cm 두발 자유'는 정말 '자유'였을까?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인터뷰⑫] 극단 산수유, 류주연 연출

예술계 검열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전에는 논란이 생기면 검열이 잦아들곤 했는데, 현 정부에서는 더욱 당당하게 자행됩니다. 분노한 젊은 연극인들이 반기를 들었습니다. 검열에 저항하는 연극제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를 5개월간 진행하겠답니다. 21명의 젊은 연출가들이 총 20편의 연극을 각각 무대에 올립니다.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작품으로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려는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CBS노컷뉴스가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검열이 연극계 판을 분열시키고 있다”
② “비논리적인 그들의 검열 언어, 꼬집어줄 것”
③ “포르노 세상에서 검열이란”
④ “검열, 창작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⑤ “검열을 '해야 된다'는 그들…왜 그럴까”
⑥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⑦ “'불신의 힘', 검열 사태 이후 나에게 하는 살풀이”
⑧ “갈수록 검열은 교묘해지고, 그들은 뻔뻔해지네”
⑨ “그들은 우리 기억에서 '세월호'를 지우려 했다”
⑩ “국가는 '이반 검열'에 어떻게 개입했을까”
⑪ ‘대학로 삐끼’를 통해 느끼는 검열 현실
⑫ '귀 밑 3cm 두발 자유'는 정말 '자유'였을까?
(계속)

극단 산수유, 류주연 연출.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두발 규제가 있는 어느 학교에서 학생주임은 학생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자유야. 귀 밑 3cm 안에서 자유롭게 하면 돼.”

젊은 연극인들의 검열 저항 페스티벌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의 10번째 연출가로 나서는 류주연(46) 연출은 공연 '금지된 장난'을 공동착작하기 위해 배우들과 토론하던 중 이같은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머리카락 길이가 귀 밑1cm가 되든, 2cm가 되든 괜찮다. 어떻게든 3cm만 안 되면 되니. 그런데 과연 이것을 자유라 할 수 있을까.

3cm가 극단적이라서 그렇지 통제의 선이 10cm이든, 20cm이든 다르지 않다. 대다수가 그 통제 선에 만족한다 해도 최소한 한 명쯤은 그 이상의 길이를 원할 수 있다.


공연은 한 평범한 여자의 일상을 통해 ‘자유’에 대한 몰이해와 통념이 어떻게 자기 검열로 정당화되는지 생각하게 한다.

류 연출은 이어 통제와 감시가 난무하는 지금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해 관객들이 다시 한번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진행된다.

▶ 극단 소개를 해달라.
= 극단 산수유이다. 2008년에 창단했다. 혼자 시작해서 지금은 12명의 단원이 있다. 극단 작품 중 가장 알려진 건 ‘경남 창녕군 길곡면'과 ‘기묘여행’이다. 그 외에 ‘괴물’, ‘마지막 여행’ 등을 했다. 내용을 따지는 편이라 텍스트가 탄탄한 작품을 선택해 왔다. 언어극 위주로 하다가 최근에는 몸의 언어에 관심이 생겨 실험을 해보고 있다.

▶ 이번에 올리는 작품 제목이 ‘금지된 장난’이다. 소개를 해달라.
= '금지된 장난'은 2034년, 서울이 배경이다. 좋은 남편, 좋은 직장을 가진, 한 마디로 잘 나가는 30대 황혜주의 일상을 그린다. 황혜주의 회사는 ‘안전’이라는 명목하에 모든 사원들에게 다기능 칩을 이식하기로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황혜주는 해고된다. 작품은 감시와 통제가 더욱 강화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예를 들면 학교에서 두발 규제가 있지 않나. 그런데 학생주임은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자유야. 귀 밑 3cm 안에서 자유롭게 하면 돼”라고 말한다. 공연을 통해 나 자신이 3cm 안의 자유에 익숙해진 게 아닌가 생각해봤으면 한다. 그렇게 살다가는 큰 코 다칠 수도 있다고.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데, 자유민주주의가 맞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극단 산수유, 류주연 연출.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 공동창작으로 돼 있던데, 공동창작은 이번이 처음인가.
= 지난해 12월에 한 번 해봤다. 재미 있었다. 그때의 경험에 힘입어 두 번째 시도이다. 공동창작은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게 많다. ‘금지된 장난’은 5월부터 준비 중이다. 6월까지 배우들과 스터디를 진행했다.

공동창작은 어떤 주제나 단어에 대한 언어적, 개념적 이해를 구성원들이 공유해야 한다. 나름 두 달간 매주 스터디를 했는데, 시간은 토론만 하다가 다 갔다. 정작 지금의 대본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뼈대가 만들어졌고, 공동창작은 여기에 살을 붙인 정도다. 그래도 그 토론의 시간들이 진정한 ‘권리장전’ 같아 그 과정을 그대로 무대에 올릴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시기가 있었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 이번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에 참여한 계기는.
= 지난해부터 검열은 연극인들에게 화두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만 봐도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대부분의 연극인들이 정치에 관심 없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만큼은 열화와 같은 관심 속에 일종의 정치 참여가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벌써 추억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떠한 사과도 대책도 없이…. 이럴 때, 검열을 주제로 한 페스티벌이 기획되고 있으며,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받아들였고, 제안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정확한 계기는 검열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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