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검열이 연극계 판을 분열시키고 있다”
② “비논리적인 그들의 검열 언어, 꼬집어줄 것”
③ “포르노 세상에서 검열이란”
④ “검열, 창작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⑤ “검열을 '해야 된다'는 그들…왜 그럴까”
⑥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⑦ “'불신의 힘', 검열 사태 이후 나에게 하는 살풀이”
⑧ “갈수록 검열은 교묘해지고, 그들은 뻔뻔해지네”
⑨ “그들은 우리 기억에서 '세월호'를 지우려 했다”
⑩ “국가는 '이반 검열'에 어떻게 개입했을까”
⑪ ‘대학로 삐끼’를 통해 느끼는 검열 현실
(계속)
보고 싶은 공연이 있어 무작정 대학로를 찾았지만, 호객꾼들은 나에게 공연을 보러 왔느냐며 묻고는, 그 공연은 매진됐다는 친절한(?) 거짓말을 한 뒤, 자신들의 공연으로 나를 인도했다.
이 연출은 삐끼들의 행태를 소재 삼아, 우리가 자유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제한된 선택지에 불과했다는 프레임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1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되는 공연 '삐끼ing'는 검열 페스티벌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에서 진행되는 유일한 야외 공연이라 이색적이다.
공연을 예약한 관객들은 관람 전날 카카오톡 단체방에 초대되고 공연 당일, 대학로 씨어터 카페에 관람객들이 각자 자리를 잡으면 카톡방에서 개인, 혹은 그룹 대화를 통해 공연이 진행된다.
카톡을 통한 삐낑(삐끼ing)으로 관객들은 작은 미션들을 수행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대학로를 경험하고 종착지로 안내된다.
공연은 이전의 공연들과 달리 저녁 6시에 시작한다. 같은 날 저녁 8시부터는 극단 산수유의 '금지된 장난'이 연우소극장에서 진행된다.
다음은 이경성 연출과의 1문 1답.
= 2008년에 창단했다. ‘바키’(VaQi)는 Veritas, art, Question, imagination의 첫 자가 모인 조합이다. 집시들의 상징인 수레바퀴처럼 자유롭게 세상 곳곳을 향해 굴러가 구석구석 아름다움을 전해주자는 의미이다. 기존 작가가 쓴 희곡을 연극으로 만드는 작업은 지양해왔다. 오히려 구성원끼리 동시대적으로 유효하다 생각하는 테마나 주제들을 찾아서 공부하고 리서치한 뒤, 그 결과를 극장이나 거리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공유해왔다. 어떻게 하면 연극이 지닌 미학성과 정치성이 첨예하게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 기획 단계에서 참여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다. 당장 아이디어가 없기도 했고, ‘검열’이 너무도 강력한 키워드였기 때문에, 다양한 작업 방식을 가진 극단들 사이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등을 고민했다. 그래도 느슨하게 연대하는 프로젝트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참여를 결정했다.
▶ ‘검열’이라는 강력한 키워드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풀었나.
= 강력한 키워드가 있을 때 작업이 어려운 점은 반작용이나 리액션이 나와서인데, 그게 깨기 힘든 하나의 프레임이 되는 것 같다. 기관이나 제도에 의한 검열은 가시화되기 때문에 포착하기 쉽다. 그런데 검열 이전의 검열 현상이나 흐름은 포착하기 어렵다. 그래서 고민했다. ‘우리가 검열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던 것일까, 검열 때문이 아니더라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나 맥락 속에 있지 않았나’.
▶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 이번에 올리는 연극 ‘삐끼ing’인가.
= 예를 들어 선택지가 열 가지 있다고 치자. 그러면 10가지라는 것이 과연 자유를 의미할까. 이 10가지 이외의 선택도 할 수 있어야 자유 아닐까. 박노자 선생이 어느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에는 다른 체제를 선택할 자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는 제한된 상황 안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 그게 ‘삐끼’랑 어떻게 연결이 된다.
= 연극인으로서 주로 활동하는 곳이 대학로이다 보니, 대학로의 변화나 생태계에 관심이 많다. 사람들이 대학로에 왔을 때 뭔가 체험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제한돼 있다. 삐끼들이 10가지 정도의 공연을 제시하며 대학로의 모든 공연인 양 말하고 관객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그런 대학로 바닥을 어떻게 환기시킬 수 있을까 하는 맥락이 이번 공연과 맞닿았다. 삐끼 자체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그런 행위 자체가 제한된 선택지라는 맥락과 맞닿아 있다.
덧붙여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처럼 카카오톡(카톡)이라는 SNS 하나가 모든 삶의 영역을 점령한 예가 없을 것이다. 대화, 은행, 택시 등 다 된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지각이나 경험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런 메신저에 검열 논란이 일었다. 연결 지점이 있다.
▶ 거리 공연이라고 하는데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나.
= 공연을 예약한 관객들은 관람 전날 카카오톡 단체방에 초대된다. 그리고 공연 당일, 대학로 씨어터 카페에 관람객들이 각자 자리를 잡으면 카톡방에서 개인, 혹은 그룹 대화를 통해 공연이 진행된다. 카톡을 통한 삐낑(삐끼ing)으로 관객들은 작은 미션들을 수행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대학로를 경험하고 종착지로 안내된다.
▶ 이 공연으로 관객들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 받았으면 하는가.
= 경험의 방식을 자각했으면 한다. 나 스스로도 인식 못하고 있었는데 잠들기 전과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더라.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내가 자유롭게 경험하고 생각한다고 인식했던 방식이 알고 보면 어떤 도구나 프레임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자각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