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9년 축사 노예 사건' 수사 마무리

"나무 막대기를 이용해 상습 폭행" 진술과 정황 확보…축사 오게 된 경위 진술 엇갈려

피해자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는 청주청원경찰서 곽재표 수사과장(사진=장나래 기자)
경찰이 지적장애인 19년 축사 노동 착취 사건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충북 청주청원경찰서는 5일 지적장애인을 데려와 임금 한 푼 주지 않은 채 19년동안 일을 시킨 농장주 김모(68)씨와 구속된 부인 A(62, 여)씨를 오는 8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씨 부부에게는 중감금죄, 근로기준법 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1997년 B(47)씨를 청주시 오창읍 자신의 농장으로 데려와 최근까지 축사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게 하며 임금도 주지 않은 채 19년 간 일을 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부부가 늦게 일어나거나 일을 하지 않을 때 나무 막대기를 이용해 머리와 등 등을 때렸다는 피해자 B씨의 진술을 확보했다.

곽재표 청주청원경찰서 수사과장은 "B씨가 폭행 피해에 관해 그린 그림과 일관된 진술, 몸 곳곳에 있는 수십개의 상처를 봤을 때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줌마가 많이 때렸고, 아저씨는 조금 때렸다고도 진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부는 폭행 여부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단 한번도 B씨의 가족을 찾아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머리와 등 등에 난 수십개의 상처에 대해서도 전혀 병원 치료를 받도록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B씨는 2005년 1월 소 여물을 써는 분쇄기에 오른쪽 다리를 다쳐 청주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것 외에는 전혀 병원 치료 기록이 없다.

B씨가 축사로 와서 노역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부부와 B씨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참고인 신분 조사에서 부부는 사례금을 주고 데려왔다고 말했지만 이후 피의자 조사에서는 사례금은 주지 않고 소 중개업자가 집으로 데려다줬다며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B씨는 부부가 차에 태워 오창으로 가게 됐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농장주 부부 모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주로 A씨에게서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진술을 고려해 A씨에 대해서만 영장을 청구해 A씨를 전날 구속했다.

B씨는 지난 달 12일 "주인이 무서워 집에 가기 싫다"며 축사를 탈출해 한 회사 건물에 무단 침입하면서 경찰에 발견돼 19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