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비주류 성향이 뚜렷한 정병국(5선) 의원과 주류 측의 이주영(5선), 한선교(4선), 이정현(3선) 간 경쟁구도가 예상됐다. 비박이 결집하고, 친박은 분열하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여니 계파 색채가 옅고, 대구‧경북(TK) 출신인 주 의원의 승리였다. 친박계 입장에선 정 의원에 비해 반감은 덜한 반면, 텃밭인 영남 표심은 분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 김무성도 몰랐던 주호영 승리, 친박 '역선택 몰표' 받은 듯
비박계 당 대표 후보의 최종 단일화가 발표된 5일 합동연설회장이었던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은 몇 차례 술렁였다.
예정 시각인 오후 5시가 되기 전부터 정병국 의원으로 단일화가 결정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정 의원의 '단일화 수락' 연설문까지 미리 나돌았다.
그러나 돌연 발표가 30분 연장되면서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김무성 전 대표 측에서도 정 의원의 승리를 점쳤지만, 결과는 반대로 주 의원이 승리한 것으로 나왔다.
전격적인 반전은 여론조사 방식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앞서 정 의원이 김용태(3선) 의원을 꺾었던 1차 단일화에선 당심(黨心)이 여론조사 응답자 중 '새누리당 지지 계층'의 응답으로 반영됐던 반면, 2차 조사에선 실제 당원이 조사의 대상이 됐다.
여론조사에 응한 한 책임당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병국, 주호영 두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상대적으로 계파 색채가 옅은 주 의원을 지지했다"고 털어놨다.
친박계 후보인 이주영, 이정현, 한선교 의원을 질문지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에 응한 당원 중 친박 성향의 입장에선 계파 색채가 강한 정병국 의원을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당 일각에선 "친박계 당원들이 주 의원으로 역(易)선택을 했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주 의원도 단일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 사이에 여론조사를 한다든지, 당원 비율을 정확하게 반영하면 이길 경우를 배제하지 않았다"고 승리 배경을 설명했다.
◇ 이주영 타격 불가피…'주호영 VS 이정현' 경쟁구도 부상
그러나 지난 4·13총선 당시 낙천한 뒤 탈당해 무소속 후보로 당선돼 복당한 만큼 현재 정체성은 비박계로 분류된다. 김무성 전 대표도 주 의원을 단일화 대상인 '비주류' 후보로 지목했다.
주 의원은 비박계와 고향인 TK 표심의 일부를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영남권 소속이면서도 PK 출신으로 지지세가 갈리는 이주영(경남 창원·마산·합포) 의원 입장에선 표심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영 의원은 마침 중앙선관위로부터 캠프 인사가 정당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이주영 의원 약세의 반대급부로 친박계는 이정현 의원으로 지지세를 이동시키는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경우 친박의 '텃밭'인 영남에서 비박 후보가 대표로 나서고, '불모지' 호남에서 친박 후보가 도전하는 기이한 경쟁 구도가 들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