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딸 보자마자 울며 키워줘서 고맙다 했는데…"
화장실에서 이를 닦던 중 갑자기 쓰러져 엄마에게 폭행을 당한 직후 숨진 A(4)양은 태어난 해부터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받지 못했다.
A양이 태어난 2012년 부모가 이혼해 아버지와 함께 할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30)는 인천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딸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모친이 손녀를 돌보는 게 어려워지자 올해 4월 18일 인천의 한 보육원에 딸을 맡겼다.
아버지는 "이혼한 뒤 어머니와 함께 딸을 키웠는데 최근에 아프셔서 도저히 맡을 수 없다. 경제적으로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보육원을 찾았다.
이 보육원은 영·유아 전담 시설이어서 7살까지만 생활할 수 있고 8살이 되면 다른 보육시설로 옮겨야 하는 곳이다.
보육원 관계자는 "아버지가 이런 규정을 알고 오신 것 같다"며 "오래 맡길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짐작했다.
A양이 입소한 4월은 이미 어린이집 입학 시즌이 지난 때였다. A양은 보육원에서만 지냈고 처음에는 낯도 가렸다. 생소한 공간에서 처음 보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부담스러운 듯했다.
그러나 이내 또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생활지도 선생님들에게 '이모'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
보육원 수녀(45)는 "긍정적이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된 아이였다"며 "이모들로부터도 예쁨을 많이 받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보통 시설에 있는 아이들 중에는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 문제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A양은 그렇지 않았다"며 "굉장히 활발하진 않았지만 밝은 편이었고 예뻤다"고 말했다.
A양이 입소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그의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엄마가 애를 키운다고 하니 보내 주는 게 좋겠다"는 통보였다.
A양의 어머니 B(27)씨는 남편과 함께 6월 29일 인천시 아동복지관을 찾아 '귀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B씨는 함께 제출한 아동양육 계획서를 통해 "낮에 일하는 동안은 어린이집에 보내고 퇴근 후에는 직접 돌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천의 한 마트에서 월평균 100만원 가량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소득신고서도 제시했다.
결국 인천시 아동복지관의 심사 끝에 A양을 엄마에게 인도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인천시 아동복지관 관계자는 "부모가 함께 와서 아이를 돌려달라고 해 귀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B씨는 7월 4일 친구와 함께 딸이 생활하는 보육원을 찾았다.
B씨는 딸을 보자마자 울음부터 터뜨렸다. 보육원 수녀에게는 "그동안 키워줘서 감사하다"며 깍듯하게 인사도 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B씨의 친구가 이상한 말을 했다.
수녀는 "A양이 그동안 보육원에서 생활하며 사용한 문제집과 옷가지 등 큰 비닐 가방에 싸줬는데 옆에 있던 C씨가 '보육원 생각나서 싫다. 놓고 가자'고 말했다"며 "아이 엄마도 가만히 있는데 엄마 친구가 그런 말을 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잊고 있던 A양이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이달 2일이었다. 경찰관들이 보육원에 찾아와 A양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혹시 장애가 있어 잘 넘어졌는지 등 A양의 평소 생활과 몸 상태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사망 당시 A양의 온몸에서 발견된 멍 자국을 두고 한 말 같았다. 수녀는 "잘 넘어지는 아이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그는 "A양이 숨졌다는 이야기를 경찰관들에게서 듣고 너무 놀라고 안타까웠다"며 "아이가 인사를 잘 하지 않아 엄마가 때렸다는 언론 보도를 봤는데 보육원에서는 친구랑 생활지도 교사들에게 인사를 참 잘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아직도 아이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려 잊히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A양은 2일 오후 1시께 인천시 남구의 한 다세대 주택 화장실에서 이를 닦던 중 쓰러졌다가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어머니 B씨는 딸이 화장실에서 쓰러지자 꾀병을 부린다며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 바닥에 부딪히게 한 뒤 머리, 배, 엉덩이를 발로 걷어 찬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5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B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6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구속 여부는 같은 날 오후 늦게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