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경기를 한 C조 독일과 멕시코가 2-2로 비긴 상황. 추후 8강 진출 경우의 수를 고려한다면 한국은 최약체 피지를 상대로 이왕이면 다득점 승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후반 흔들리는 피지를 제대로 무너뜨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C조 1차전에서 류승우(레버쿠젠)가 3골, 권창훈(수원 삼성), 석현준(FC포르투)이 2골씩 터뜨리는 등 8-0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승점 3점을 챙긴 한국은 승점 1점의 독일, 멕시코에 앞선 C조 선두로 출발했다. 다득점까지 성공하며 8강 진출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8골은 첫 출전이었던 1948년 런던 올림픽 멕시코전(5-3 승)을 넘어선 한국의 올림픽 한 경기 최다 골 기록이다. 또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기록한 한 대회 최다 골 기록과 한 경기 만에 타이를 이뤘다.
신태용 감독은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최전방 공격수로 세웠다. 류승우, 권창훈이 황희찬 옆에 섰다. 또 문창진(포항), 이창민(제주), 장현수(광저우)가 허리를 꾸렸고, 심상민(서울), 정승현(울산), 최규백(전북), 이슬찬(전남)이 포백 라인을 형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이 꼈다.
와일드카드는 장현수가 유일한 선발이었다. 올림픽에 앞서 소집 훈련이 부족했던 만큼 팀 워크를 우선 고려한 라인업이었다.
FIFA 랭킹(한국 48위, 피지 187위)대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한 수 위였다. 황희찬, 류승우, 권창훈 등이 쉴 새 없이 피지 골문을 두드렸다. 이창민도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피지를 위협했다. 전반 때린 슈팅만 15개.
전반 4분 이슬찬의 논스톱 슈팅, 23분 문창민의 터닝 슈팅이 모두 와일드카드 골키퍼인 시미오네 타마니사우에게 막혔다. 전반 30분 문창진의 헤딩 슈팅도 골키퍼 손에 걸렸다.
침묵을 깬 해결사는 류승우였다.
앞서 화려한 개인기로 피지 수비를 흔들었던 류승우는 전반 32분 피지 골문을 활짝 열었다. 류승우는 오른쪽에서 권창훈이 올린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았다. 트래핑 과정에서 수비 한 명을 제쳤고, 골키퍼가 달려나오자 넘어지면서 왼발로 밀어넣었다.
류승우는 전반 38분에도 페널티 박스 안에서 피지 파울을 유도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하지만 한국은 키커로 나선 문창진의 슈팅이 왼쪽 골대를 맞고 흐르면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후반 17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문창진이 받아 옆으로 살짝 내줬고, 권창훈이 돌아서면서 왼발 슈팅을 때렸다. 공은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권창훈은 골을 넣은 지 1분 도 채 안 돼 다시 피지 골문을 열었다. 후반 18분 류승우가 왼쪽에서 땅볼로 크로스를 전달했고, 수비수 뒤로 달려든 권창훈이 왼발로 밀어넣었다.
네 번째 골까지도 1분이 채 필요하지 않았다. 세 번째 골과 같은 후반 18분 류승우가 상대 수비 공을 가로채더니 오른발로 다시 골을 터뜨렸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시점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 24분 황희찬, 권창훈 대신 석현준(FC포르투), 손흥민(토트넘)을 투입했다. 독일전과 멕시코전까지 내다본 교체였다.
그리고 후반 26분 5번째 골이 터졌다. 이번에도 류승우가 돋보였다. 류승우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파울을 유도하며 두 번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첫 번째는 문창진이 놓쳤지만, 두 번째는 손흥민이 골키퍼를 속이고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손흥민에 이어 석현준도 골맛을 봤다. 후반 32분 류승우의 슈팅을 골키퍼가 쳐내자 석현준이 가볍게 밀어넣었다. 석현준은 후반 45분 머리로 한국의 7번째 골을 완성시켰다.
끝이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 류승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류승우의 해트트릭이자 한국의 8번째 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