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사드 재배치' 발언…불에 기름 부은 격

성주군민들 "다른 지역 이전도 반대"…野 "더 큰 혼란 야기…국민 우롱"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개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드(THAAD) 문제 해결을 위해 대구·경북(TK) 의원들을 만났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대구·경북(TK) 초선 의원들과 이완영 의원(재선·고령 성주 칠곡)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지 지역을 옮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성주 군민들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성주군이 추천하는 새 지역이 있다면 면밀히 조사해 정확하게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드 재배치' 발언은 사드가 배치될 성산포대가 성주읍에서 불과 1.5km 떨어져있는 사정상 군민들의 우려와 반대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한 성주 군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성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 측은 배치 철회 외의 대안은 없다며 완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성주 지역구인 이완영 의원은 본인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군민들의 뜻은 그렇다"면서 비껴갔지만 사실상 반대의사로 해석됐다. 그는 박 대통령과의 면담 때 수염을 기른 상태였고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이 시사한 제3후보지는 성주군 내 염속산과 까치산 등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은 이전부터 군 당국이 비공식적으로 거론했지만 타당성이 낮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내려졌던 곳이다.

성산포대에 비해 읍내에서는 멀리 떨어져있지만 성주군민 입장에선 오십보백보인데다 성산포대와 달리 민간 소유 토지를 수용하는데 따른 문제도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만약 염속산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레이더 전자파가 북쪽의 김천시를 향하게 돼 또 다른 반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야당도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입장 번복'으로 규정하고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입지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태"라며 "더 큰 사회적 혼란을 대통령이 스스로 야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지역민의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자 인구가 적은 지역으로 철수를 하겠다는 것으로, 국민 우롱이자 일구이언"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TK의원 면담은 '박심(朴心) 개입'이란 오해 가능성에도 불구, 시급한 '민심 청취'라는 명분하에 이뤄졌다. 그럼에도 결과는 성난 성주 민심에 오히려 기름을 부은 격이 될 공산이 커졌다.

다만 사드 제3후보지가 기존 성산포대에 비해 레이더 전자파 등의 우려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성주군민들 내에 찬반 여론이 갈라질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중대사를 너무도 쉽게 결정하고 번복하는 듯한 인상을 남김으로써 향후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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