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001년 이후 15년간 산은의 주식평가액 변동 현황을 재구성해보니, 최대 2조 원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동안 허공에 날려버린 주식 지분 가치만 2조 원이 넘었다는 얘기다. 또한 지난 7월 15일부터 거래 중지된 대우조선의 주가는 15년전 최초 상장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의 주식 시계가 15년전으로 회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2만기업연구소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 주식 가치 변동 현황 조사'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최초 상장한 시점은 지난 2001년 2월 2일이었고, 이 날 종가는 4025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 대우조선 최대주주 산업은행이 보유한 주식은 8098만 8578주였다. 주식 보유 비율은 41.26%. 종가에 주식 수를 곱한 주식평가액 가치는 3259억 원 수준이었다.
이후 매년 2월 초 기준 주가는 2008년까지 거침없는 성장가도를 달렸다. 2002년 7210원→2003년 8920원→2004년 1만 6400원→2005년 1만 7850원→2006년 2만 2500원→2007년 2만 8400원→2008년 3만 1600원으로 7년 연속 주가가 거침없이 상승했다.
이러한 주가 상승에 힘입어 산은의 주식평가액도 3000억 원대에서 2조 원 가까이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2002년 5839억 원이었던 주식평가액은 2008년 1조 8904억 원으로까지 높아졌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는 이른 바 대우조선의 황금기였던 셈이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이후 3년 동안은 주가가 다소 부진했다. 하강 국면에 있는 주가는 2011년에 크게 점프했다. 당시 주가는 이전해보다 2배 이상 뛰면서 단번에 산은의 주식평가액 가치도 2조 원대를 기록했다. 지난 15년 중 주식평가액이 최고 정점을 찍은 해였다. 2011년 2월 초 당시 주가는 4만 1100원으로, 주식평가액만 2조 4588억 원이나 됐다.
그러다 2015년 2월 초 주식평가액은 1조 2043억 원으로 미끄럼틀처럼 하강 곡선을 이어갔다. 주가가 2만 원으로 크게 떨어지면서 산은의 주식평가액도 40% 가량 쪼그라들었다. 주가가 하향세로 돌아서자 산은은 지난 2015년 12월에 주식 수를 크게 늘렸다. 6021만 7183주에서 1억 3598만 6494주로 주식 수를 크게 불린 것. 대주주 입장에서 주식 수를 늘려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계산도 깔려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주식 수를 크게 늘렸음에도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작전이 실패한 셈이다.
그러던 것이 올 2월 초 산은의 주식평가액은 5799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반토막 이상 차이 나고 말았다. 올 2월 2일 주가는 4265원으로 주저앉아버렸다. 지난 7월 14일 거래 정지 될 때 주가도 4480원으로 2월 초 주가와 비슷했다. 경영 악화 등을 숨기기 위해 꾸민 분식 회계의 결과는 참혹 그 자체였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주식 가치만 날아가 버린 것은 아니었다. 시장에 대한 신뢰도 휩쓸려 내려갔다. 이런 탓에 상장사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과거 대우나 STX 등이 분식회계를 한 결과는 그룹 자체가 공중 분해되는 아픔을 겪었다.
대우조선의 주가 몰락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도 불과 3년여 사이에 9000억 원이 넘는 주식평가액 손실을 봤고, 국민연금도 2013년 이후 2500억 원 넘는 손실 피해를 입었다. 두 기관의 피해가 큰 것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이외에도 주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주가가 하락에도 주식을 제 때 팔지 못한 판단 착오도 한 몫 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대우조선 소액주주들이다. 2014년 2월 초 3조 578억 원에 달하던 대우조선 소액주주 지분 가치는 2015년 들어 1조 8645억 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올해 들어서는 5799억 원으로 깎였다.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2만기업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국민연금 등 주식을 다수 보유한 주주는 분식 회계로 인한 피해를 봤다며 소송 절차를 밟고 있지만, 상당수의 소액주주들은 소송비용 감당은 물론 주식 보유 시점도 제각각 달라 연대해 소(訴)를 제기하는 것도 어려워 피해 보상을 받기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산업은행,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국민연금의 주식 자금도 결국은 국민의 재산에서 나온 것이지만, 상당 금액의 주식 손실보고도 어느 누구도 제대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