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두 아이 남기고'…화학회사 노동자 백혈병으로 눈 감아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4월 이창언씨의 조속한 산재 인정을 촉구하며 근로복지공단 전주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자료사진)
전북의 한 종합화학회사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30대 노동자가 발병 10개월 만에 숨을 거뒀다.


어린 두 아이의 아빠인 노동자는 산업재해 신청을 했지만 결과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3일 완주군에 위치한 한솔케미칼 전주공장에서 일하다 지난해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던 이창언(32)씨가 이날 새벽 운명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12년 한솔케미칼 전주공장에 입사한 이래 전극보호제, 세정제 등을 생산하는 업무를 담당해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이 무엇이고,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모른 채 작업했으며 혼합용액이 눈과 피부에 튀고 분진을 흡입하기도 했다. 또 납품 물량을 맞추기 위해 월 100시간 이상 잔업과 밤샘노동 등 장시간 노동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자주 찾게 됐고, 10월의 마지막 날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씨의 사정을 접한 전북지역 21개 시민사회단체는 '전자산업 백혈병 산재 인정 촉구 노동시민 사회단체'를 결성해 지난해 4월 28일 기자회견을 여는 등 조속한 산재 인정 등을 요구해왔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편지를 통해 이씨는 "늦은 나이(28살)에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 한솔케미칼에 입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첫 아이가 태어난 무렵부터 제품 출하량이 급격히 늘었고 거의 자는 시간 외에는 일만 했다.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2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다. 둘째 아이를 가진 지 4개월 만인 2015년 10월 중순부터 몸에 반점이 생기고 감기와 같은 증상으로 동네병원을 다녔지만 증세에 호전이 없었다"고 편지를 이어갔다.

결국 이씨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편지에서 이씨는 "값 비싼 치료비도 엄청난 부담이지만 3살 된 딸과 태어난 지 2주 된 아들을 키워야 하는 아빠로서 경제적 뒷받침이 돼야 할 시기에 딸 아이를 안기에도 힘이 부쳐 벌벌 떠는 제 손을 보자니 속이 타들어간다"고 밝혔다.

산재 신청을 접수한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6월 말 이씨의 업무와 백혈병 발병의 인과관계에 대한 역학조사를 의뢰해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관계자는 "피해자가 투병으로 고통받다 목숨을 잃는 동안 아무런 고통도 덜어주지 못하는 산재 제도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산재 제도가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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