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논평] '칡과 등나무'로 시름하는 대한민국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립하려는 이화여대의 방침에 반발한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1일 오후 본관에서 점거농성을 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갈등(葛藤)은 칡을 뜻하는 '갈'과 등나무의 '등'이 합성된 단어다. 서로 복잡하게 뒤엉켜 풀기 어려운 상태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더욱이 칡 덩굴은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 덩굴은 오른쪽으로 감으며 올라간다고 하니 둘이 만나면 싸움은 당연지사일 터.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갈등과 대립 양상이 분출하고 있다. 물론 민주사회에서 갈등 극대화는 참여형 의사결정을 위해 기능하기도 한다.

문제는 갈등의 정도와 기간에 따른 경제 사회적 손실과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고, 따라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위기관리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고졸 직장인들의 평생 교육을 위한 단과대 설립을 놓고 빚어진 이화여대 사태가 매듭되는 모양이다. 학교측이 3일 사업철회를 공식 발표한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학교측의 '돈벌이 학위장사'라는 비난과 함께 혹시 모를 학생들의 '학벌·순혈주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등 이른바 '계층 갈등'의 생채기를 남겼다.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들의 사회참여를 돕기 위한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을 둘러싸고는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마찰을 빚고 있다.


서울시가 3일 청년수당 지급 대상자 3천명 가운데 2800여명에게 우선 50만원씩을 지급하자 복지부는 곧바로 서울시에 시정명령을 통보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복지부가 직권취소 조치를 내리더라도 대법원에 제소한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 사안은 이미 전날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 속에 서울시장과 관계부처 장관들이 설전을 주고 받은 '중앙과 지방정부의 갈등' 사례다.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은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4.13 총선 이후의 '여소야대' 상황이 되면서 갈등의 파장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8일 '증세 없는 복지' 원칙에 입각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데 맞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증세'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내놓자 새누리당이 반발하는 등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치권에 '세금 전쟁'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세법은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에 적용되기 때문에 이른바 '부자 對 서민' 프레임의 '여야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으로 '성주 민심'은 이미 속이 타들어 가고 있는데, 여기에 김무성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뤄지는 박 대통령과 대구 경북 지역 국회의원들의 4일 회동을 비판하면서 '당청갈등'을 촉발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역간 진흙탕 싸움을 불러온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전형적인 '남남갈등'의 사례이다.

이밖에 김영란법 시행에 대한 농축수산업계의 반발, 한일 정부간 위안부 협상 이후 끊이지 않는 반대여론,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개성공단 폐쇄로 맞선 '남북갈등'까지 갈등의 덩굴이 끝이 없다.

지난 6월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91.8%에 이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 정부들어 갈등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2013년 40.3%에서 올해 65.6%로 급등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일련의 갈등 양상을 현 정부의 집권 4년차 증후군으로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갈등조정과 문제해결에 나서는 컨트롤 타워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미국 메릴랜드주 애너폴리스에 있는 해군사관학교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위기 때 최고의 배는 리더십이다(The best ship in times of crisis is leade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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