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재취득 물거품…무면허 상대 자해공갈단 무더기 검거

지난 2014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송 모(61) 씨.

송 씨는 면허 재취득 한 달 전인 지난해 10월,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차를 몰고 도로교통공단을 찾았다가 범죄의 표적이 됐다.

면허를 다시 딸 수 있다는 기대도 잠시, 아직 운전해서는 안 되는 무면허 상태였지만, 송 씨는 집 근처에서 운전대를 잡았고 이를 노린 자해공갈단의 고의 교통사고 계략에 걸려들어 1500만 원을 뜯겼다.

면허 재취득을 위해 차를 몰고 도로교통공단을 찾거나 집 근처에서 차를 모는 전국의 고령 무면허 운전자들을 노려 사고를 내고 돈을 뜯어낸 일삼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음주운전 등 각종 사유로 면허취소를 당한 일부 운전자가 면허 재취득 과정의 하나인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도로교통공단을 찾을 때 종종 운전대를 잡는다는 점을 노렸다.

충남지방경찰청은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도로교통공단을 방문하는 무면허 운전자들을 노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돈을 뜯어낸 최 모(68) 씨 등 4명을 공동공갈 혐의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2년 4월부터 최근까지 전국 각지의 도로교통공단 교육장 인근에서 면허가 취소된 뒤 무면허 상태로 차를 몰고 온 교육생들을 상대로 고의 교통사고를 내거나 피해자 집 근처에서 잠복해 사고를 유발하는 수법으로 총 96명에게 4억 8000만 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다.

이들은 예산, 청주, 충주, 문경, 강릉, 원주 등 전국 도로교통공단의 특별교통안전교육 일정을 미리 파악하고 '물색조', '환자', '해결사'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고의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고의 교통사고를 낼 때 마주 오는 차선에서 일부러 차를 중앙선에 붙여 피해자의 차량이 중앙선에서 떨어진 갓길 쪽에 붙게 유도하고 환자 역할을 맡은 또 다른 공범이 순간 차에 부딪히는 수법을 썼다.

범행에 앞서서는 도로교통공단 주변에 주차하는 차량 운전자의 나이와 블랙박스 설치 여부 등을 미리 확인하고 피해자들이 시험 접수 대기 장소에서 작성하는 서류를 몰래 보고 나이와 주소도 확인했다.

이들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들은 고의 교통사고라는 점을 알면서도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합의금을 줬고 평생 밭일을 해서 모은 돈을 몽땅 날리기도 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충남지방경찰청 석정복 광역수사대장은 "전국의 도로교통공단이나 면허시험장 인근에서 같은 수법의 범행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면허가 취소된 사람들이 재취득 전에 무면허 운전을 하지 않도록 무면허 운전 근절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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