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질주 운전자, 면허 갱신하며 '뇌전증' 안 밝혔다

경찰 "면밀한 조사 필요해 체포영장 신청"

15일 오후 5시 15분쯤 김모(54)씨가 몰던 푸조 차량이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교차로 앞 횡단보도를 덮친 뒤 차량 6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사진=부산지방경찰청 제공영상 캡쳐)
자신의 외제 차를 타고 부산 해운대 도로를 질주하다가 17명의 사상자를 낸 50대 남성은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으면서도 이 사실을 숨긴 채 운전면허를 갱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운대경찰서는 운전자 김모(53)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지난달 운전면허증을 갱신하기 위한 적성검사를 받으면서 뇌전증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이미 지난해 9월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 증세를 보여 울산에 있는 한 병원에서 같은 해 11월 뇌전증 진단을 받고 하루 2번씩 약을 먹어왔다.

경찰에 따르면 1993년 2종 보통면허를 딴 김씨는 지난달 적성검사를 통과하고 면허를 갱신했다.

김씨가 적성검사를 받으며 시력과 청력, 팔과 다리 운동 등 간단한 신체검사만 있었을 뿐 뇌전증 검증은 거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자신이 뇌전증 환자로서 약을 먹고 있었지만, 운전면허 적성검사 신청서에는 이 같은 내용을 표시하지 않았다.

뇌전증 환자가 면허를 갱신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진단받은 사실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

또 담당 전문의로부터 약을 복용해 일정 기간 문제가 일어나지 않은 상태가 유지돼 운전이 가능하다는 소견서를 받아 도로교통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경찰은 김씨가 적성검사 과정에서 자신의 병력을 알리지 않는 등 관련 법규를 위반했기 때문에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병원에 입원 중이긴 하지만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체포 영장을 신청했다"라며 "김씨가 병원 밖으로 나갈 경우 등에 대비해 바로 신병을 확보한 뒤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앞서 지난달 31일 오후 5시 10분쯤 해운대구 좌동 해운대문화회관 앞에서 신호를 위반해 횡단보도를 덮친 뒤 택시 등 차량 6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A(43·여)씨와 A씨의 아들 B(18)군 등 3명이 숨지고 다른 차량에 타고 있던 1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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