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12시 25분쯤 부산 남구 감만동 모 아파트 앞 사거리에서 신선대 부두 방면으로 좌회전하던 한 모(63) 씨의 싼타페 차량이 정차 중이던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싼타페 차량 뒷좌석에 타고 있던 세 살배기와 생후 3개월 된 남아 2명,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씨의 딸인 한 모(33) 씨, 한 씨의 아내 박 모(60) 씨가 숨졌다.
이번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부산 남부경찰서는 사고 차량 내 블랙박스를 수거해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블랙박스를 분석하고 있는 경찰에 따르면, 남구 감만동에 살고 있는 한 모(63) 씨는 이날 오후 12시쯤 가족들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어린이집 방학을 맞아 집에 들른 손주와 찜통 더위를 피하고자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물놀이를 가기 위해서였다.
한 씨는 몸을 푼 지 백일밖에 안 된 딸아이에게 탁 트인 바닷가를 보여주고 싶어 다대포로 간 것 같다고 경찰은 전했다.
집을 나선 한 씨는 자신의 SUV 차량 운전석에 올랐고, 아내 박 씨와 딸, 외손주 2명은 뒷좌석에 탔다.
차에는 유아용 카시트가 없어 한 씨의 아내가 큰 손주를, 딸이 갓난아기를 안고 차에 올랐다.
블랙박스 음성 확인 결과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씨 가족의 다급한 목소리가 오고간다.
"차가 왜 이러노(왜 이러나)"라는 한 씨의 말과 동시에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달려나가자 "애기, 애기. 우리 애기 우짜고(어찌하나)"라는 박 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차량 내에 울려퍼진다.
또 한 씨가 트레일러와 충돌할 것 같아 급히 좌회전을 시도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당시 좌회전 하던 한 씨의 차량은 길가에 정차해있던 또 다른 트레일러를 들이받은 뒤에야 멈춰 섰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아내 박 씨와 한 씨의 딸, 손주 2명은 숨졌다.
사고 순간 아이들의 외할머니인 박 씨가 남긴 마직막 말은 "애기, 우리 애기, 어떡해"였다.
담당 경찰은 "차 안에는 유아용 카시트가 장착돼 있지 않아 어른들이 아이들을 안고 탔다"며 "이 때문에 안전띠를 착용하지 못한 아이들이 크게 다쳐 숨지는 대형 사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브레이크 결함 때문에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브레이크 결함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또, 운전자 한 씨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