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해외여행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2013년 541건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706건, 2015년 759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445건이 접수돼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해외여행 소비자들의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매해 늘어나고 있지만 여행자들의 소비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허술한 국가기준약관 탓에 소비자들은 피해보상을 위해 여행사와 외로운 법정다툼 중이다.
◇ 시대변화 못 따라가는 '공정위 국외표준여행약관'
현재 국내 대부분의 여행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시한 '국외여행표준약관'을 기준으로 소비자들과 여행계약을 맺고 있다.
국외여행표준약관은 여행사가 일방적으로 약관을 만들고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공정위에서 여행사들에게 제시한 기준약관인 셈이다.
하지만 이 국외여행표준약관이 패키지여행 내 자유시간에 발생한 사고와 최근 늘어난 자유여행에 대한 책임과 배상기준은 없어 실제 자유시간에 피해가 났을 경우 제대로 된 구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부분의 여행상품이 일정 중 자유시간과 자유여행을 포함하고 있지만 공정위의 국외여행표준약관에는 이에대한 명확한 기준과 책임여부에 대해서 언급조차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원칙적으로 약관에 명시되어있는 조항에 대해서만 심사, 처리할 수 있다"며 "표준약관에 없는 자유일정이나 자유시간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선 계약당사자끼리 하거나 법원의 해석을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 여행업자의 고백 "자유일정도 여행사 수익 챙겨"
올 1월, 인도네시아 리조트서 바나나보트 사고로 아들을 잃은 김모(51) 씨는 국내 1위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외로운 법정다툼을 준비 중이다.
자유일정에 리조트에서 제공한 서비스를 이용하다 일어난 사고라며 피해보상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투어 측은 "자유시간에 일어난 사고는 여행사의 보상 이행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이다. 우리 자의적으로 배상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공정위의 허술한 표준약관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법정다툼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일정에 리조트에서 즐기다 일어난 사고라 여행사는 정말 책임이 없을까?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일부 여행업자들은 "자유일정이라 책임이 없다는 말은 해당 여행사가 수익은 챙기고 책임은 안 지려는 행태"라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여행사를 18년 째 운영하고 있는 서모 씨는 여행사의 커미션(Commission, 수수료) 문화를 언급하며 자유일정임에도 여행사가 책임을 져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여행사들은 현지리조트나 현지 상점들을 소개해주는 대가로 알선수수료 개념으로 커미션을 챙겨요. 호텔을 예로 들면 호텔에서는 누가 체크아웃을 하면 기록이 남으니깐 누가 얼마나 이용했는지 기록을 남겨요. 'A라는 여행사의 투숙객이 얼마 썼다'는 식으로 기록을 남기고 그에 대한 커미션을 해당 여행사로 입금을 하는거죠"
서 씨에 따르면 여행사들은 커미션을 받는 조건으로 자신들의 상품 일정에 해당 리조트, 해당 시설을 끼워 소개를 하고 자연스레 소비자들은 여행사가 제공한 여행일정표에 안내된 시설과 상품을 이용하게 된다.
커미션은 보통 여행사에서 자신들의 몫은 남기고 현지시설로 대금을 입금하거나 나중에 현지가이드를 통해서 현금으로 받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서 씨는 "여행사들이 소개의 대가로 시설로부터 커미션이라는 수익을 올리고 있으면서 사고가 났을 때는 자유일정에 시설에서 일어난 사고라며 발뺌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라며 비판했다.
취재진이 만난 또 다른 여행업자 A 씨는 유럽에서 여행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A 씨는 "만약 70유로라면 원가인 20~30유로를 제외하고 여행사 소속의 TC(Tour Conductor, 국외여행인솔자)와 현지업체에서 수익을 배분하고 나머지를 여행사로 상납한다"며 "결국 여행사에서도 수익을 남겼기에 배상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털어놓았다.
자유일정에 리조트 시설을 즐기다 일어난 사고라는 여행사들의 항변은 '수익은 올리지만 책임은 못 지겠다'는 이기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결국, 정부당국의 안일한 소비자 보호정책과 기업의 책임회피 속에 소비자들은 외롭고 힘겨운 법정다툼에 내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