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지닌 인공지능, 그 비밀은?

신간 '마음의 탄생:알파고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훔쳤는가?'

신간 '마음의 탄생'은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뇌에 촛점을 맞춘다. 저자 레이 커즈와일은 현시점까지 가장 강력한 지능기계라 할 수 있는 인간의 뇌, 특히 대뇌의 신피질을 분석하고 그것이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추출해냄으로서 인공지능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뇌의 구조나 작동방식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뇌를 분석해낼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저자는 이러한 견해를 설득력 있게 반박한다. 인간의 신피질은 동일한 패턴인식기 3억 개가 펼쳐져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패턴인식기의 구조와 작동방식은 한 번만 이해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인식기들이 계층적으로 연결되면서 말초적인 감각의 인식에서 비유, 유머, 연민과 같은 고차원적인 인식에 이르기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낮은 차원의 감각인지든 높은 차원의 개념적 사고든 모두 패턴인식의 작동 알고리즘은 동일하다.

이러한 신피질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것은 여기서 밝혀낸 생물학적 알고리즘을 디지털 공간에 그대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컴퓨터(기계)에서도 의식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순수하게 물질적 요인에서 출발한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의식이 출현하였듯이, 기계 역시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의식이 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커즈와일의 논리적 주장이다. 이 책에서 '지능'이나 '뇌'가 아닌 '마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마음은 의식을 가진 뇌'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즉, 인간과 똑같은 감정과 의식과 의지를 지닌 기계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다.


책 속으로

나는 뇌가 얼마나 복잡한지 이야기하는 기존의 수백만 권의 책에 또 한 권을 덧붙이고자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그와 반대로 단순성의 힘을 일깨워주고자 이 책을 썼다. 패턴을 인식하고 기억하고 예측하는 정교한 기초적인 메커니즘이 신피질에서 수억 번 반복되면서 어떻게 우리 생각의 엄청난 다양성을 만들어내는지 설명할 것이다. 핵과 미토콘드리아DNA에서 찾을 수 있는 유전자코드 값의 다양한 결합에 의해 유기체의 놀라운 다양성이 발생하듯이, 신피질의 패턴인식기 안에서 또 패턴인식기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패턴값의 다양성에 의해 생각, 사고, 기술의 놀라운 다양성이 발생한다.
- 들어가는 글: 어쨌든 마음은 뇌의 작용일 뿐

인간은 논리를 처리하는 능력은 약한 반면,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신피질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패턴인식기라고 할 수 있다. 논리적 변환을 수행하기 위해 최적화된 구조가 아니다. 하지만 논리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 우리가 의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관은 이것밖에 없다.
- 3. 패턴인식 마음이론: 뇌의 정보처리 알고리즘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사랑’은 순전히 신피질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이다. 사랑이라는 감정 없이도---욕정의 힘만으로도---재생산(번식)활동은 충분히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황홀한 자극은 애착과 성숙한 사랑을 이끌어내고 이는 마침내 영속하는 유대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유대는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 책임있고 유능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많은 것을 습득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보통 생후 3년---동안은 적어도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뒷받침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신피질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풍족한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 모든 상황은 신피질이 원하는 환경이라 할 수 있다.
- 6. 사랑의 세레나데: 적성과 창조성과 사랑의 진화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가 은유, 비유, 말장난, 중의어, 유머와 같은 인간 언어의 미묘한 영역까지는 절대 터득하거나 구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IBM 왓슨은 TV퀴즈쇼 [제퍼디!]에 참가하여 인간 우승자 두 명을 이겼다. 전형적인 [제퍼디!]의 질문에는 인간언어의 예측하기 힘든 변이들이 많이 들어있다. 이는 컴퓨터가 터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세련되고 수준 높은 인간의 언어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왓슨은 예측할 수 없는 비비꼬인 질문을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자연어로 된 문서 2억 페이지를 읽고 3초만에 답을 찾아냈다. 이 문서에는 3.6테라바이트 분량에 달하는 위키피디아를 비롯한 백과사전이 포함되어있는데, 누구나 알듯이 위키피디아는 프로그래밍언어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 언어의 본래적인 모호함과 미묘함으로 가득한 자연어문장으로 이루어져있다.
- 7. 소프트웨어 뇌 만들기: 뇌의 알고리즘을 디지털 공간에 시뮬레이션하는 법

우리 뇌는 놀라운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의 가소성은 훨씬 크다. 소프트웨어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작동방식을 완전히 재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컴퓨터는 뇌를 모방할 수 있지만 뇌는 컴퓨터를 모방할 수 없다.
- 8. 하드웨어 뇌 만들기: 컴퓨터 아키텍처 발전의 역사

사람들은 대개 기계가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위협을 느낀다. 이러한 논의가 의식이 있는 인간의 영적인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은 ‘기계’라는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재의 ‘기계’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이해한다. 물론 오늘날 기계들이 인상깊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나 역시 현재 볼 수 있는 기술의 결과물들을 의식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계들은 머지않아 우리가 의식이 있는 존재라고 간주하는 생물학적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며, 이로써 우리가 의식에 부여하는 영적인 가치도 공유하게 될 것이다.
- 9. 마음을 지닌 기계의 탄생: 의식, 자유의지, 정체성의 재발견

인간수준의 패턴인식능력과 컴퓨터의 일관된 속도와 정확성이 결합하는 순간, 매우 강력한 능력이 발휘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화성인의 침공이 아니다. 더 뛰어난 도구를 만들어 우리 스스로 더 영리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도구를 만들어온 것은 우리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 11. 반론: 불신과 비관적 전망을 넘어서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중요한 진화는 양적인 것이었다. 즉, 이마를 넓히는 대대적인 확장공사를 성공적으로 이룩해냄으로써 더 많은 신피질을 확보한 것이다. 신피질이 늘어남으로써 인간은 개념적으로 고차원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로써 예술과 과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발전을 일궈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10배는커녕 10퍼센트도 확장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진화를 기술적으로 해쳐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이제 클라우드로 연결된 디지털신피질을 무한하게 활용하게 될 것이며,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추상적 사고를 하게 될 것이다.
- 12. 에필로그: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

레이 커즈와일 지음 / 윤영삼 옮김 / 조성배 감수 / 크레센도/452쪽/ 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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