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욕심을 가진 자는 서로 미워하고 같은 걱정을 가진 자는 서로 친하다"

신간 '전국책 명문장 100구'

2015년 9월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같은 욕심을 가진 자는 서로 미워하고 같은 걱정을 가진 자는 서로 친하다"라는 '전국책 · 중산책'의 한 구절로 시작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본서 「20장」 88쪽 ). 만약에 수천 년 내려오며 인구에 회자된 이 구절을 사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직설적인 발언으로 일관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기도 전에 눈살을 찌푸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고전의 인용은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글을 쓰거나 주장을 펼칠 때에 고전을 인용하는 것은 오래된 전통일 뿐만 아니라, 가장 효과적으로 그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다. 날카로운 주장과 공격을 은근하고 넉넉한 표현 속에 담아 부드럽게 표출하고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자칫 지루해지거나 딱딱해질 수 있는 글에 생동감과 긴장을 불어넣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텍스트 자체에 권위를 부여한다.

날이 갈수록 1차원적인 말을 남발하고, 노골적이다 못해 천박한 표현만이 난무하는 현대에 고전의 필요성이 날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고전 속의 중요한 구절들을 익혀 적절한 때에 사용하는 독서법이 필요하다. 고전의 가치는 당장에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가져다주는 것이 고전이다. 먼저 고전을 잘 배워 적절한 곳에 인용하는 것은 스스로 글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 주장, 처지 등을 호소하는 데에 있어서 그 어떤 논리정연하고 과학적인 글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테면 1992년 대선에서 큰 공로를 세웠던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면서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고사성어를 인용한 것이 바로 그렇다. 그 어떤 표현보다 김 전 국회의장의 심금을 대변하는 표현은 또 없었을 것이다.

생동감 넘치는 인물 묘사, 신랄한 풍자와 비유, 수많은 고사성어로 이루어진 '전국책'. 2000년 전 고전을 통해 오늘날 긴박한 문제를 해결할 계책과 지혜를 얻는다

'전국책'은 서한 말기에 '국책(國策)', '국사(國事)', '단장(短長)', '사어(事語)', '장서(長書)', '수서(修書)' 등 다양한 이름으로 유통되던 전국시대의 글을 유향이 나라별로 정리, 편집하여 완성한 책이다. 그 내용은 주로 주(周) 왕실의 권력이 약화하고 지방 제후국이 뒤섞여 전쟁을 벌였던 240여 년의 기간, 그 시기에 활약했던 종횡가(縱橫家)들의 정치적 주장과 외교적 책략을 다룬다. 따라서 유향은 이 책의 이름을 '전국책'이라고 명명했다. 굳이 번역하자면 "싸우는 나라들의 책략"으로 옮길 수 있겠다(본서 403쪽). '춘추'에서 "춘추시대"의 이름이 나왔듯이, 이 책의 제목에서 당시 시대를 일컫는 "전국시대"의 이름이 나왔다.


'전국책'은 칼과 칼이, 창과 창이 맞부딪히는 위급한 형세에서 기묘한 계책과 지혜를 발휘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꾼 여러 책략가들의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는 책이다. 구시대의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사회질서가 성립하던 격변기 속에서 부국강병을 목표로 치열하게 경쟁하던 역사적 사건들을 기술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전국시대의 역사적 상황와 여러 사건들을 그대로 반영하여 기술함으로써, 다양한 사상과 문화가 꽃피웠던 당시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전국책 명문장 100구'는 중요한 문구 100개에 대해 품격 있는 해석과 풍부한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후대의 역사와 비교함으로써 고전의 지혜가 어떤 식으로 응용될 수 있는지, 어떠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1장 안정된 삶을 위한 책략, 2장 지혜로운 처세를 위한 책략, 3장 성공적인 리더십을 위한 책략, 4장 효과적인 경영관리를 위한 책략, 5장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한 책략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주요 구절

013 황하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리지만 사람 목숨이 얼마나 오래 붙어 있다던가
017 이기고도 교만하지 않고 지고도 성내지 않는다
022 미녀가 충신의 간언을 깨뜨리고 미남이 늙은 신하의 모략을 깨부수다
024 벼슬 없는 신하가 분노하면 그 피는 다섯 걸음을 적신다
030 우리가 갈 수 있으면 적군도 갈 수 있다
051 혀는 부드러우므로 아직 남아 있고 이는 단단하므로 이미 사라졌다
053 사람의 마음이 각기 다른 것은 얼굴이 서로 다른 것과 같다
054 대중의 분노는 거스르기 어렵고 개인적인 욕망은 달성하기 어렵다
060 새의 깃털민이라도 많이 쌓으면 배를 가라앉게 하고 많은 사람의 말이 모이면 쇠도 녹인다
065 명예를 위하는 자라면 그의 마음을 공격하고 실리를 위하는 자라면 그가 소유한 실체를 공격한다
067 장차 그것을 취하고자 한다면 우선 그에게 주어야 한다
083 세 사람이면 호랑이를 만들고 열 사람이면 몽둥이도 비틀어 구부린다
092 식량이 옥보다 귀하고 땔감이 계수나무보다 귀하다
095 재물로 사귄 관계는 재물이 다하면 끊어진다
096 작은 치욕을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은 영예로운 명성을 쌓을 수 없다

공손책 지음/ 안소민 옮김/눌민/ 2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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