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버젓이 유통…유독물질 안전망 허점투성이

화학물질 안전망 구멍 여전…살생물질 관리체계 도입 시급

정부가 2011년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것으로 알려진 가습기살균제가 지금도 버젓이 시중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닷새 가량 온라인 쇼핑몰을 조사한 결과, 이코볼 살균필터와 세균닥터 2가지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직접 구입도 가능했다.

센터가 제품을 구입해 확인한 결과, 고체형인 이코볼 살균필터는 가습기살균제로 신고가 돼 있지 않았지만, 제품 포장에 ‘모든 가습기에 사용가능’이라는 광고 문구가 크게 표시돼 있었다.

또 제품 설명에는 다수의 상품평이 달려있어,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임흥규 팀장은 “보통 가습기살균제는 액상으로 되어있다고 생각해서 고체형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경각심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제형으로 판매되는 세균닥터도 사용방법에 ‘가습기에 1정을 넣고 살균용으로 사용’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심지어 세균닥터는 과거 사망자 1명을 포함 16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앤위드’를 제품 포장만 바꾼, 같은 제품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1년 가습기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하고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시켰지만, 이들 제품은 의약외품 지정을 회피하면서 사실상 가습기 살균제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임 팀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의약외품으로 신고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단 한건도 없어 서류상으로는 살균제가 시판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실제로 가습기살균제 용도 제품이 유통되고 구입도 가능해 형식적인 관리만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이번 항균필터 사태에서도 유독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의 급성흡입독성 정보가 기관 간에 공유되지 않는 등 유독물질 안전망은 여전히 허점투성이다.

환경부는 최근 항균필터에서 OIT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확인하고 제품 회수권고를 내렸지만, OIT의 급성 흡입독성에 대한 신뢰성있는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전보건공단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는 OIT의 급성 흡입독성 측정값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고용노동부가 지난 1997년 SK케미컬에 제조한 가습기살균제 물질 PHMG에 대한 유해성을 확인하고도 환경부에 이를 통보하지 않은 사실이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일이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화학물질 안전망을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럽처럼 화학제품에 첨가되는 살생물질을 한데 모아 관리하는 체계가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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