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내부 못 찌른 檢…진경준·홍만표 모두 '개인비리'

검찰 수사로는 한계…"특검으로 법조 비리 밝혀내야"

진경준 검사장 사건을 수사해온 이금로 특임검사가 2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진 검사장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제3자뇌물수수·위계공무집행방해·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전·현직 검사장이 연루된 '법조 비리' 사건이 모두 '개인 비리'로 일단락됐다. 검찰은 진경준(49) 검사장과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를 모두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을 행했지만, 정작 검찰 조직 내부로는 칼을 찌르지 못했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지난 29일 넥슨 창업주 김정주(48) NXC 회장으로부터 넥슨 주식과 차량, 여행경비 등 모두 9억 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진 검사장을 구속기소했다.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이 김 회장에게 구체적으로 법률 자문을 해주거나, 넥슨 관련 사건을 알아봐준 정황이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사건이 부당하게 처리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06년 넥슨은 불법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의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의 지분 55%를 갖고 있었지만 수사에선 비껴갔다. 당시 진 검사장은 법무부의 요직인 검찰국 검찰과 소속으로 근무했다.


진 검사장이 김 회장으로부터 주식 매입 자금 4억 2500만원을 공짜로 받아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한 시점은 2005년 6월이었다. 넥슨이 수사선상에 오를 뻔 했을 때 진 검사장은 이미 김 회장과 '주식 뇌물 거래'로 묶인 특수한 관계였다.

진 검사장이 바다이야기 수사 담당 검사 등에게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왔지만, 특임검사팀은 '비리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담당 검사를 조사하고 여러 기록 등을 검토해봤지만,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0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관련 내사를 무혐의 종결한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당시 진 검사장은 무혐의 처분을 내린 후 한 달이 지나 대한항공 부사장이었던 서용원(67) 한진 대표를 만났다. 진 검사장의 요청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진 검사장은 서 대표에게 자신의 처남 강모씨의 청소용역업체에 한진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달라고 요구했고, 서 대표는 높은 직위를 가진 검사와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아래 진 검사장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특임검사팀의 설명대로라면 진 검사장이 아무런 대가성 없이 한진 사건을 적법하게 처리한 후 제발로 한진 측을 찾아가 금품을 요구했다는 것인데, 진 검사장이 어떤 근거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어 의구심만 증폭되고 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를 구속기소하면서도 '실패한 전관 로비'라고 판단했다.

홍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정 전 대표의 사건을 맡으면서 당시 최윤수(현 국가정보원 2차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사무실을 두 번 찾아가고 최소한 6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그러나 최 차장이 엄정 수사를 지시해 홍 변호사의 로비가 통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검찰은 홍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고 62건을 '몰래 변론'했다는 사실도 확인했지만, 홍 변호사가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접촉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애당초 검찰이 제 식구를 수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담당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을 잘 봐달라는 식으로 청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화를 받은 검사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 이상 드러나기 어렵다"며 "내부의 구조적인 모순 때문에 특임검사가 법조 비리를 밝혀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정 전 대표와 홍 변호사, 진 검사장,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의혹 모두 칼끝이 검찰 내부를 향하는 일인 만큼 법조 비리를 밝혀내려면 특검(특별검사제도)을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