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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 오늘은 어떤 랭킹을 준비하셨나요?
= 오늘 헌법재판소에서 중요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합헌 결정이 내려진 건데요. 예정대로 9월 28일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오늘은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불러왔던 헌법재판소 판결들을 찾아봤는데요, 이름하여 '세상을 바꾼 헌재 판결 Top5'를 선정했습니다.
▶ 세상을 바꾼 헌재 판결,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 지난해 헌재는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간통은 비도덕적이지만 개인의 문제일 뿐 법으로 처벌할 사항이 아니라는 게 위헌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들의 핵심 논리였는데요. 그동안 간통죄 존치의 가장 큰 명분이었던, 사회적 약자인 여성 보호 기능도 실효성이 없다고 봤습니다. 62년 동안 법전에 남아있던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불륜을 쉽게 저질러 이혼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었는데요.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 건수가 간통죄 폐지 전과 비교해 오히려 줄어드는 등 간통죄 폐지가 곧 가정파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입니다.
▶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세상을 바꾼 헌재 판결, 또 어떤 게 있었나요?
= 지난 2011년에는 '친일재산 국고 귀속 특별법'은 합헌이라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즉 친일행위를 통해 취득한 재산이라면 지금도 국가에 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요. 헌재는 "친일재산 환수 규정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선언한 헌법 전문 등에 비추어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고요. 이후로 친일재산 환수 작업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고, 이후 이어진 관련 소송에 지대한 영향을 줬습니다. 헌재의 이 판결은 지난 2013년에 헌법재판소 25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판결' 1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 친일 청산이라는 우리 사회의 과제를 푸는데 의미 있는 판결이었던 것 같네요. 또 어떤 판결이 있었나요?
= 지난 2004년에는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내세운 신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었는데요. 헌재의 위헌 판결로 발목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헌재는 "수도이전은 헌법 개정 사항이거나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는데요. 그 근거로 '관습헌법상 수도는 서울'이라는 이유를 들어 큰 논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후 행정수도 이전 계획은 취소되고, 후속대책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설립이 추진됐는데요. 이 수도 이전 문제는 최근 이해찬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공방을 벌이는 등 대선을 앞두고 다시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 수도 이전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슈인 것 같네요. 다음으로 소개해 주실 헌재 판결은 어떤 건가요?
=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3년 만장일치로 유신헌법 반대·비방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긴급조치 1·2·9호가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긴급조치가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한 건데요. 기본권을 제한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 결정으로 박정희 정권 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받았던 많은 사람들이 재심 소송을 통해 일괄적으로 권리를 구제받을 길이 열렸고요. 최근에는 긴급조치로 인한 국가배상을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 많이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길이 열려 참 다행이네요. 마지막으로 살펴볼 세상을 바꾼 헌재 판결, 무엇인가요?
= 지난 2000년에는 과외를 금지하는 '학원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와 형사처벌 조항 '22조1항1호'에 위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헌재는 "과외금지 법률이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자녀의 인격발현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결정으로 80년 7월 이후 금지됐던 과외가 20년 만에 전면 허용됐고요. 대치동 학원가는 급속도로 성장해 '사교육 1번지'로 자리 잡게 됐다고 합니다.
▶ 오늘은 세상을 바꾼 헌재 판결을 살펴봤는데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그동안 정치, 사회 등 역사적 흐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게 느껴지는데요. 바꿔 생각하면,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에 극심한 혼란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겠죠. 헌법재판관 한 명 한 명이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맡은 소임을 다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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