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희대에 따르면 작년 10월 경희대 국제캠퍼스의 한 동아리 남성 회원 12명은 SNS 단체 대화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대화방에 없는 여학생들에게 성적 모멸감을 주는 대화를 나눴다.
이 사실은 대화방에 참여하던 한 회원이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면서 알려졌다. 학교 측은 학칙에 따라 가해자들을 조사해 대화 수위를 근거로 1∼3개월의 정학 또는 근신처분 등 징계를 내렸다.
시간이 흘러 잊혀지던 이 사건은 이달 4일 익명 대자보 하나가 교내에 붙으면서 다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대자보는 "학교의 징계 결정이 '솜방망이 처벌'이었고, 징계 기간이 방학 기간에 포함돼 형식적 징계였다"고 비판했다.
대자보는 가해자들이 학교 조사에서 '피해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발설하지 않겠다'는 비밀유지 서약을 했지만, 이를 안지켜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받았다며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교 측은 "징계 수위 결정은 피해자의 요구, 가해자의 반성 여부, 사건의 정도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학생상벌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징계 전까지 피해자 및 가해자와 여러 차례 상담해 이 요인들을 모두 고려했고, 징계 과정은 규정에 따라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학교 측은 당시 국민대나 고려대, 서울대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이라 징계를 내릴 때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경희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어적 성희롱에 대한 심각성을 느껴 다음 달 '제도 개선을 위한 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학교 측은 올해 '신입생 세미나'의 성폭력 예방교육에 'SNS에서 발생하는 언어적 성희롱'에 대한 내용도 추가했다. 다음 학기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폭력 예방교육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