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수사 초기 압수수색으로 본사와 계열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 자택 및 집무실 등 32곳을 이잡듯이 뒤진 데 이어 '금고지기' 소환 조사 등으로 수사에 속도를 냈다.
검찰은 신 회장의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 비서실 내 비밀공간과 개인금고 안에 보관했던 현금 30억원, 금전출납부 등을 찾아냈고 신격호‧동빈 부자가 매년 계열사로부터 30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검찰의 최종 타겟은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 혐의는 크게 비자금 조성 쪽에 맞춰져있다.
언론은 수많은 의혹들을 연일 쏟아냈고 지난 3일 신 회장이 일본에서 귀국하자 검찰 소환은 초읽기에 들어가는 듯 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7일 롯데일가 중 처음으로 구속됐다.
하지만 신 회장이 귀국한 지 3주 넘게 지나고 출국금지까지됐지만 아직 신 회장 소환은 감감 무소식이다. 심지어 사전 단계인 최측근 3인방의 소환 얘기도 없다.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소진세 사장 등 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정책본부의 핵심 3인은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주총을 위해 일본에 머무르던 지난달 20일쯤부터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검찰이 귀국과 동시에 신 회장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 위해 이들을 조사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그러나 한 달이 훌쩍 넘도록 3인방이 소환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 수사가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일각에서는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롯데 수사는 중반 비슷하게 와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기업 수사의 경우 통상 3~4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점에서 얼추 맞아 떨어지는 말이다.
하지만 지난 2013년 CJ그룹 비자금 수사에 이재현 회장을 수사 착수 35일 만에 소환한 전례는 롯데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관측을 가능케하는 지점이다.
검찰은 롯데수사가 소강국면을 보이는 동안 지난 17일 진경준 검사장을 구속했다. 롯데 수사 착수 당시 받았던 물타기 의혹을 털어내는 모양새였다.
현재 검찰은 롯데수사와 관련해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을 구속하고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두 전‧현직 롯데계열사 사장의 혐의는 롯데수사의 주 목적에서는 벗어나 있다.
기 전 사장은 롯데케미칼의 200억원대 세무소송 사기, 강 사장은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로비 혐의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본류인 비자금 수사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자 방향을 튼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검찰이 제2롯데월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검찰은 이달들어 기 전 사장과 함께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 핵심 역할을 한 장경작 전 호텔롯데 사장을 출국금지했다.
장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61학번 동기다.
검찰은 롯데수사 초기부터 제2롯데월드 건은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수사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 건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경작‧기준 전 사장의 출국금지는 그 단초라는 해석이 많다.
검찰은 지난 두차례 압수수색에서 제2롯데월드 건설 시행사인 롯데물산을 제외했다.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구속되긴 했지만 가습기살균제 건이다.
만약 제2롯데월드 인허가 관련 수사에 손을 댈 경우 이 전 대통령과 MB정부 핵심인사들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검찰의 부담이다.
대기업 수사 사상 초유의 전방위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롯데수사가 '용두사미'에 그칠지, 전 정부 핵심까지 확산되는 초대형 수사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