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나뭇잎 두 개가 그려지 이 접시는 다음과 같은 싯귀가 쓰여 있다.
流水何太急 흐르는 물은 어찌 저리고 급하고
深宮盡日閑 깊은 궁궐은 종일토록 한가한데
이 싯귀는 당나라 때의 한 궁녀가 지은 시의 전반부에 해당한다. 그 후반도 다음과 같이 전해지고 있다.
殷勤謝紅葉 은근한 마음 붉은 잎에 실어 보내니
好去倒人間 인간 세상으로 쉬이 흘러가기를
먼저 이 시의 정취를 음미해보자. 세월은 유수와 같이 빨리 지나가는데, 깊은 궁궐은 아무 일 없이 한가하기만 하다. 궁녀의 입장에서 보면 권력자의 눈에 띄어 사랑을 나누는 일에 바빠야 하건만, 한가하다는 건 자신의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이다. 이 시의 후반부에서 은근한 마음을 붉은 잎에 실어보내니, 인간 세상으로 쉬이 흘러들기를 바란다고 했다. 붉은 잎은 사랑을 불태울 수 있는 완숙한 나이에 이르렀음을 의미하고, 또한 이 때가 지나고 나면 잎을 떨구는 게 자연의 섭리인만큼 좋은 시절을 놓치지 말라는 뜻도 던지고 있다. 하얀 백자 바탕에 분홍빛 발그레한 잎이 새겨진 백자를 대한 권력자라면,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궁녀가 누구인지 마땅히 떠올리게 되리라. 이 백자를 만든 도공의 재기넘치는 감각에 감탄이 나온다. 권력자의 시선을 끌고 싶은 궁녀라면, 이 백자를 구해 여기에 음식을 담아 올리고 싶으리라. 인생과 자연의 진리를 짧은 문구에 담은 시, 그리고 그 시를 하얀 백자 위에 분홍빛 잎과 함께 그려낸 도공의 솜씨가 놀랍고 경이로울 뿐이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신안해저선은 당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이 서려 있는 침몰선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에게는 생활사와 문화사를 보여주는 '보물선'으로 남았다. 그 당시 신안해저선에 탔던 모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특별전에서는 신안해저선의 전모를 생생히 실감할 수 있도록, 발굴된 2만 4천여 점의 문화재 가운데 현시점에서 전시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모아 공개한다.
제2부‘14세기 최대의 무역선’에서는 신안해저선이 닻을 올렸던 중국 저장성(浙江省)의 닝보(寧波)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교역 활동을 소개한다. 신안해저선의 선원과 승객들의 선상 생활도 살펴본다.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가 타임캡슐처럼 650여 년 만에 나타난 신안해저선 발굴 문화재들은 14세기 동아시아의 경제적·문화적 교류 등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신안해저선은 당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이 서려 있는 침몰선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에게는 '보물선'으로 남았다. 신안해저선에 탔던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전시 기간: 7.26-9.4
전시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