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에 망설임이 없다. 거짓 없이 솔직하다. 최근 서울 청담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FT아일랜드(최종훈, 이홍기, 이재진, 최민환, 송승현) 멤버들이 그랬다. 올해로 데뷔 10년차가 된 팀이자, FNC엔터테인먼트 '개국공신'으로 불리는 이들에게선 확실히 경력에서 나오는 바이브(Vibe·분위기)가 느껴진다.
소신 있는 태도는 음악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정규 6집 '웨어스 더 트루스(Where’s the truth)'로 돌아온 이들은 한층 더 강렬해진 하드록을 내세웠다. 지난해부터 기존 스타일에서 탈피,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적 색깔을 피력하기 시작한 FT아일랜드에겐 지금이 "음악 인생 터닝 포인트"다.
="그동안 대중적인, 노래방에서 부르기 편한 보컬 위주 곡을 많이 했다. 밴드인데, 너무 그쪽으로 치우친 것 같았다. 회사 분들이 그런 곡을 해야 인기도 많아지고 쉽게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해보니 별로더라. 우리만의 색깔을 가진 밴드가 되고 싶었고, 진실을 찾아가자는 의미를 앨범명에 담았다." (민환)
Q. 스타일을 바꾸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사랑앓이'로 데뷔했다. 계속 그 연장선에 있는 노래를 했는데, 음악을 공부하면서 점점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멀어지더라. 5~6년 차쯤 됐을 때 회사에 '이제 우리가 원하는 거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회사에선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더라. 그런데 그 이후 앨범이 잘 안됐고 '이제 우릴 풀어달라'고 대놓고 이야기했다. 회사에서도 쿨하게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더라." (홍기)
Q. 지난 앨범에 이어 하드록 장르를 내세운 이유는.
="사실 멤버들의 의견이 조금씩 달랐다. 종훈은 '힘을 빼고 가자'고 했고, 다른 멤버들은 '지난 앨범이 강했으니 한 번 더 각인시키는 의미에서 쐐기를 박자'고 했다. 결국 한 번 더 쐐기를 박기로 정했다. 또 계절이 여름이지 않나." (홍기)
="지난해가 터닝 포인트였다. 앨범이라는 건 아티스트에겐 역사로 남는 건데, 5집부터 음악을 스스로 만들었고 새로운 우리의 모습을 보여줬다." (홍기)
"마음속으로 진정한 FT아일랜드 2집은 이번 앨범이 아닌가 싶다." (종훈)
Q. 팬층도 달라졌나.
="지난해 앨범이 나오고 나서 우리도 안 믿기지만 새로운 팬들이 생겼다. 팬층은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남자 팬들도 생겨서 공연장 분위기는 훨씬 좋아졌다. 굵은 목소리로 우리 이름 부를땐 당황스럽기도 하다." (홍기)
Q. '아이돌 밴드'로 불리는 것에 대해선.
="3년 전까지는 진짜 싫었다. 10대들의 우상이 아이돌 아니냐. 바람직하고 예뻐야 하는데, 자유로운 스타일이라 그런 거 진짜 못한다. 그런데 이제 뭔가 샤방샤방한 느낌이 있어서 듣기 좋더라. 아이돌로 활동하며 얻은 인기도 있으니 그걸 부정하려 하진 않겠다." (홍기)
Q. 회사에 종종 불만을 표하기도 하는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 난 어릴 때부터 이 회사에서 쭉 일했다. 그때부터 할 말은 다했다. 내 꿈을 위해 이 회사가 필요했고, 이 회사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내가 필요했던 것 아닌가. 가끔 잘 맞지 않을 땐 터져버리는 거다." (홍기)
Q. 그런 모습을 볼 때 멤버들은 무슨 생각을 하나.
="또 기분이 안 좋았구나 생각한다. (웃음). 사실 우리도 음악적으로 충돌이 있을 땐 질러버리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미 (이홍기가) 질러 놓은 뒤다. 잘했다 싶을 때도 있고,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 (재진)
"우리가 안 말렸으면 더 큰 일 났을 거다." (종훈)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멤버들이 나한테 총대를 메게 한다." (홍기)
Q. 그럼에도 지난해 재계약을 맺었다.
="우린 목표는 50대까지 활동하는 거다. 밴드는 나이를 먹어야 중후한 멋이 있지 않나."(홍기)
"밴드로 태어나서 너무 좋다. 우리 다 섯 명만 잘 뭉치면 오래갈 수 있을 것 같다. 연습생 때 많이 싸워서 이젠 굳이 싸우는 단계까지 안 간다." (종훈)
Q. 회사 대표 그룹이었는데, 최근엔 후배들이 강세다.
="FNC 대표 그룹을 하고 싶지 않다. 한 발짝 물러나서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 (홍기)
"맞다. 대한민국 대표 밴드가 되고 싶지 굳이 FNC 대표가 되고 싶지 않다." (종훈)
Q. 군입대도 생각해야 할 나이다.
="밴드라서 한 명이 빠지면 공연을 못 한다. 동반입대를 못 하면 너무 슬플 것 같다. 5명이서 팬들을 만날 기회도 줄고." (재진)
"동반입대해서 나오자마자 다 같이 앨범 내고 활동하고 싶다." (종훈)
Q. 이번 활동 각오를 말해달라.
="우리나라 음악차트가 다양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꾸준히 열심히 달리겠다. 록도 좋아해 달라. 1위 욕심은 없다." (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