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순서>
1. 우리 시대의 연극 저널리즘 / '검열언어의 정치학 : 두 개의 국민'
2. 포르노 시대 한가운데에 선 나를 보다 / '그러므로 포르노 2016'
3. 그들이 ‘안티고네’를 선택한 이유 / '안티고네 2016'
4. 주장이 구호가 안 되게 서사의 깊이 보장해야 / '해야 된다'
5. 2016년 우리는 <김일성 만세>를 볼 수 있는가 / '자유가우리를의심케하리라'
6. 불신, 이래도 안 하실 겁니까? / '불신의 힘'
7. 그는 검열하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겠지 / '15분'
(계속)
무대에 주인공과 내레이터가 오르고 연극이 시작됐다. 내레이터가 자연의 숭고미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다. 마치 어떤 조직에 의해 검열당한 예술은 자연이 자연 그대로여서 숭고한 의미와 대비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어 팝업씨어터 공연을 앞둔 한 연출가인 주인공은 자신과 관객의 사라진 '15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친구는 처음에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옆 동료와 별생각 없이 나눈 대화 내용을 회식자리에서 대표가 그대로 읊는 모습에 경악했다. 선생들의 수업방식에 지나친 관여와 검열은 매일, 매순간 진행되었고 핸드폰의 단톡방에서까지 수직 수평적인 감시는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연극이 끝난 직후, 나는 피곤과 짜증 섞인 친구의 2년 전 모습을 어렵지 않게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나는 아직도 친구의 1년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친구는 '철저한 감시와 검열 그리고 통제를 모든 조직원이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내게 말했다.
그러나 검열은 그 의도가 순수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검열하는 순간 그 주체를 훼손시키는 것은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연극 말미에서 십여 분 정도 흘러나오는 부장이라는 사람과의 통화는 무미건조했고 나를 무기력하게까지 만들었다. 소극장 안은 한숨들로 낮게 깔렸다. 검열자인 그녀는 핵심을 모른척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해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개인의 그저 그런 실수로 치부했다.
그런 조직은 의외로 견고하고 단단해서 개인인 우리가 바꾸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이 연극을 통해 또 친구가 다녔던 그곳에서처럼 나는 알 수 있었다. '만약 누군가에 의해 나의 시간이 사라지거나 검열당하여 훼손된다면 나는 나인 채로 살아갈 수 있을까'. 연극을 본 후 드는 우울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김미경 / 일본어 통번역 프리랜서